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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권순활, "일본 따라잡기 물 건너갔다"▶쾌속질주하는 ‘아베 일본’, 무너지는 ‘문재인 한국’
  • 기사등록 2018-03-12 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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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前後만 해도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급격히 추락하는 ‘한국 旅券의 값’
-이런 나라로는 경제 克日의 날 영원히 오지 않는다


▲ PenN 권순활 전무겸 편집국장


2010년을 전후(前後)해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한국의 급격한 부상(浮上)에 대한 관심과 위기의식이 높았다. 그해 3월 일본 경제단체 초청으로 필자가 다른 한국 언론인 몇 명과 함께 방일했을 때 만난 일본 경제계 인사들은 일본의 무력감과 좌절감을 털어놓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의 ‘활약’에 대해 우리 일행이 민망할 정도로 찬사를 늘어놓았다. 일본인 특유의 겸양과 예의도 섞여 있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과 2009년 일본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2010년 성장률도 1% 안팎의 저성장이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국가 성장률이 뒷걸음친 2009년에도 0.7%의 플러스 성장으로 주요 국가 가운데 선전(善戰)한데 이어 2010년에는 6.5%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의 막강한 ‘미일(美日) 연합’을 제치고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 수주를 따내자 일본 언론은 ‘UAE 쇼크’란 표현을 썼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죽을 쑤는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하면서 일본에서 ‘삼성 성공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시절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해 유명해진 미국 뉴욕주립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010년 저서 ‘위기경제학’에서 “한국은 신흥 경제대국에 포함될 자격이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브릭스(BRICs)에 한국을 추가한 BRICKs란 신조어를 내놓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사장은 2012년 출간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돌파국가들)’이란 제목의 책에서 한국이 극일(克日)을 목표로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키운 점을 평가하면서 "조만간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경제와 기업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했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약 10대 1이었던 일본과 한국의 경제력 격차는 2010년대 초반 3.3대 1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소니를 매출 이익 기업브랜드의 모든 면에서 앞질렀고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자동차가 신경을 쓰는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그때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한국의 약진을 부러워하거나 경계하던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개월이 지나면서 완전히 사라졌고 더는 한국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서 2010년 전후에 자주 눈에 띄었던 긍정적 평가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기는 기사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이상한 나라와 이상한 정부’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한국과 일본경제는 완연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불투명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일본은 29년만의 최장(最長) 호황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前)분기 대비 –0.2%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여파가 이어지던 2008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본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4%로 8분기(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과는 별개로 '아베의 일본'이 쾌속질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자리 지표도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낫다. 올해 1월 일본의 실업률은 24년9개월만의 최저치인 2.4%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작년 하반기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던 한국의 같은 달 실업률은 3.7%로 일본보다 1.3%포인트나 높았다. 청년실업률은 한국이 8.7%인 반면 일본은 3.3%에 머물렀다.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의 대기업들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한 반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악재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한 뒤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이병철(삼성) 박태준 (포스코) 구인회(LG) 조홍제(효성+한국타이어) 등 ‘한강의 기적’을 달성하는데 큰 업적을 남긴 한국의 정치-경제 리더들은 평생 ‘선진국 일본 따라잡기’를 고심했다. 평전이나 전기를 통해 그들의 생전 발언을 살펴보면 뚜렷이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외교관이나 기업 및 금융회사 주재원, 언론사 특파원 등을 경험해 비교적 일본사회를 잘 아는 인사들 역시 대부분 극일(克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들은 일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일본의 정치, 경제 동향과 한일 관계에 계속 관심을 갖고 한국이 일본이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아마 한일 두 나라가 그리 넓지 않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인접 국가인데다 피부색도 같아 '부강한 이웃'과의 격차를 좁히거나 추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한국의 지일파(知日派) 인사들은 대부분 ‘잘 나가는 일본과 죽을 쑤는 한국’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두고두고 뒤틀리지 않은 심성을 지닌 많은 한국인의 양심을 찌르고 한국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의 후진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남을 ‘탄핵 정변’의 광풍(狂風)이 몰아치던 2016년 12월 28일 나는 몸담고 있던 신문사 논설위원으로서 마지막 칼럼을 썼다. 글의 제목은 ‘멀어지는 경제 克日의 꿈’으로 붙였다. 그 칼럼은 “대한민국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얼마나 더 겪어야 정신을 차리고 경제 극일로 가는 불을 다시 붙일 수 있을까”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1년 3개월이 가까워진 지금 현실상황은 훨씬 심각하고 향후 전망은 훨씬 비관적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의 ‘여권(旅券)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에 모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좌파 전체주의의 불구덩이 속으로 치닫는 듯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흐름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제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한국의 일본 따라잡기, 물 건너갔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
[본 기사는 펜앤드마이크의 허락을 얻어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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