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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수 편집장],유소년 경기장, 빗속에 울고 웃는 아름다운 한판 - 어른 같은 아이들, 현명한 지도자란! - "아이들 위한 어른들 할 일 너무 많아!
  • 기사등록 2015-08-12 20: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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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투데이 장지수 편집장]

 

 

 

12일 오전 비가 내렸다. 어제 오후부터 줄 곳 하늘이 심상 굳게 찌푸리더니 기어코 밤새 내린 비는 12일에도 하루 종일 그칠 줄을 몰랐다.

 

금호강 기슭에 자리 잡은 영천강변축구공원에서는 지난 7일부터 2015‘영천대마(馬)컵 전국유소년축구대회가 6일째 이어지고 있다.

 

빗속에서 아이들의 부모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해댔다. 그들에게는 불편한 창살 같은 관중석 따위는 아랑곳없다. 화장실이 멀고 둑 넘어서 가축분뇨 냄새가 등천을 해도,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먹을 곳을 찾지 못해도 축구사랑에 대한 열정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무섭다.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자녀들이 속한 팀(고양HI FC 대 광명유소년FC)이 4강을 위한 고지탈환에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응원석의 목소리도 점차 날카로워 지고 양 팀의 코치들도 경기장안의 움직이는 목표물을 향해 대포를 쏘아대기는 마찬가지다. 양 팀이 막상막하여서 인지 선수들 보다 객이 더 요란스럽다.

 

전반전 25분이 전광석화 같이 지나갔다. 잠시 거친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선수들을 또다시 후반전으로 내몰고 경기장 밖의 몸놀림은 선수보다 더 긴박하다. 나중에는 응원석의 목소리에서 거친 쇠 소리까지 났다. 응원하느라 목이 쉰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 기회와 고비가 생길 때마다 밖의 응원석은 탄식과 한숨이 뒤섞여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경기 내내 반복됐다. 선취 골을 넣을 때나 동점골을 만들 때는 마치 악쓰기 대회인줄 착각할 뻔 했다.

 

이 모든 광경은 경기는 이기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지 않다. 경기가 끝난 후 뒤처리의 모습이 지켜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두 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 결국 승부차기로 승패를 판가름했다. 결선 대결이라 어떻게든 잔인한 승부를 갈라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HI FC는 경기 내내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가 실수로 골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순간 승자와 패자가 갈리어 천당과 지옥의 명암이 갈라졌다. 승부차기를 실축한 선수는 그라운드에 자신의 머리를 둔탁하게 박고는 몸을 흔들며 흐느끼는 반면, 승자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쳤는지 “와~~!”하는 함성과 함께 총알보다 빠르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바로 그 때였다. 패자의 동료들이 승부차기를 실축한 선수에게로 달려와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그럴 수 있어. 울지 마! 열심히 싸우다 진 것은 패한 것이 아니야”라며 흐느껴 우는 선수를 일으켜 세웠다.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열심히 싸우다 진 것은 패한 것이 아니다.” 이 말에 어른인 내가 감동을 먹었다. 잠시 뒤 주심이 다가오더니 “잘했어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며 위로를 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아무리 위로를 받아도 자신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위로의 소리가 귀에 들릴 리도 없지만 말이다.

 

어린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채로 온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힘없이 걸어 나왔다. 관중석을 향해 머리가 땅에 닿을 듯 인사했다. 그 모습에 부모들은 박수를 치며 “다시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더디어 감독 앞에 어린 선수들이 섰다. 고개 숙인 선수들에게 감독은 ”오늘은 진 것이 아니야!, 지는 연습을 했을 뿐이야! 잘~했어,“라며 어린 선수들을 보듬었다.

 

또 감동을 먹었다. 전반전 후 잠시 워터타임에서 감독은 ”꼭! 이기고 와야 한다.“며 지시와 주문이 가혹하리만치 혹독했었는데 경기가 끝나고 패해서 돌아 왔는대도 너무나 포근한 위로를 건네다니!, 의외의 또 다른 감동이었다.

 

물론 경기는 이기기 위해서 치른다. 이 지도자가 싸울 때는 냉혹하게, 싸움 뒤에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어린 피붙이를 끓어 안고 있었다. 마치 태풍후의 적막함을 느끼게 했다. 이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동기부여가 됐다.

 

한편 승리자의 뒷모습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다. 급히 카메라를 돌려 승리 팀의 덕 아웃으로 갔다. 그곳에서 감독은 아이들이 우쭐대는 것을 삭히고 있었다. 광명유소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둘러 세위 놓고 “이건 승리가 아니냐! 자만하지 마! 내일 준결승이 있어, 그리고 떠들며 우쭐대면 안 돼!”라며 아이들을 다독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빗속에서 50분의 어린 유소년 경기를 지켜보면서 못내 흐뭇한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됨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불현듯 어제 오후 축구장 안쪽 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문 김영석 영천시장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 때 한 학부모가 나에게“ 사진 다~ 찍었습니다. 시장님이 어린이들 경기하는 장소에서 그러면 안 되지요!, ”라며 핀잔을 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갑자기 얼굴이 후끈 달아 으름을 느꼈다.

 

 

 

 

▲ 울고 웃는 비운의 승부차기 10명

 

▲ 고양HI FC를 응원하는 학부모들이 패한 선수들의 힘없는 인사에 눈물을 훔치고 있다.

 

▲ 1대0으로 지고있던 고양HIFC선수들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고 있는 한 때.

 

 

▲ 승자의 조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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