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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들인 `농촌체험시설` 마을주민 회식장소로 전락
  • 기사등록 2015-08-12 2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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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북서쪽 외곽의 상내리와 하내리에 걸쳐있는 나실마을에는 최신식 단층 건물들이 농가와 농지 주변에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나실마을 도농교류센터`가 보인다. 세미나실과 공방, 숙소, 노래방, 족구장 등을 갖춘 시설로, 잘 갖춰진 휴양시설같은 인상을 풍겼다. 하루 20만원이면 최대 20명이 단체로 1박2일을 보내면서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용자가 없다. 휴가철인 8월에도 예약은 10여건에 그쳤다. 그나마 주말 예약이고 평일은 빈 상태다. 인근 황토민박촌, 장류체험관 등 역시 번듯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예약은 전무했다. 간간히 마을 주민들의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 사용될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축산부)와 문경시는 2005~2009년 `상내권역 농촌마을개발사업`을 진행했고, 세금 60억1300만원(국비 47억9000만원, 지방비 12억2300만원)을 들여 도농교류관, 황토민박체험 시설, 전통음식체험관, 나실체험마을(토종벌 체험장, 산채단지, 풋고추 체험시설) 등을 세웠다. 농산물 수입 개방 등으로 위기에 빠진 농촌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도시민 방문을 유도해 농촌 소득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농촌마을개발사업이었다. 그러나 개장 7년차를 맞이했지만 숙박시설인 도농교류센터와 민박촌만 운영 중이고 각종 체험시설은 모두 폐쇄됐다. 그나마 숙박시설은 이용 건수가 매달 두 건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적자에 시달린다. 시설 관계자는 "도농교류센터는 매달 120만원씩 적자다. 한 달에 두 팀 정도 받으면 매출이 40만원인데 운영비로 다 나간다. 여기에 사무장(관리인) 1명 월급 120만원이 나가면 무조건 적자"라고 밝혔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 무용지물이 된 배경에는 농촌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탁상행정이 있다. 정부는 농촌마을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상향식`을 도입했다. 주민들이 신청하면 정부가 세금을 들여 건립하지만 완공 이후 시설 운영은 마을주민인 `농민`에게 맡긴 것이다. 이른바 주민운영위원회가 관리와 관광홍보를 하고, 운영기금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장을 잘 아는 농민들이 사업을 더 잘 꾸리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농축산부의 막연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농민들이 갑자기 관광·숙박시설 운영자가 된 셈이었다. 시설을 운영할 역량이 부족했고, 충분한 준비도 안 된 상태였다. 정부는 시설 건립기간에 이따금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지만 사업 역량이 단기간에 생길 리 만무했다. 오히려 주민 간에 운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거나 소송이 불거지기도 했다.

 

산채단지, 토종벌 체험장, 풋고추 체험시설 등은 개장 1년을 조금 넘겨 모두 문을 닫았다. 토종벌 체험장은 토종벌이 모두 죽어버려서, 산채단지는 지역 환경에 맞지 않는 묘목들을 심은 탓에 모두 고사하면서 사업에서 철수했다. 과일 따기 체험사업은 과실수를 상하게 만든다는 주민의 불만이 팽배해 잠시 시행되다가 사라졌다.

 

농촌학술기관인 지역아카데미의 오현석 대표는 "농축산부가 추진 중인 상향식 사업을 맡을 수 있는 농민은 극소수"라며 "대부분 노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따른다"고 꼬집었다. 현재 농촌지역 주민의 평균 연령은 66세다.

 

더구나 주변 볼거리나 관광지와 연계되지 못한 채 농촌마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체험시설들이다 보니 외면을 받았다.

 

게다가 운영위원들이 모은 운영기금 6000만원은 올해 4000만원으로 줄며 점차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시설 관계자는 "작년에 사무장을 고용하면서 기금 고갈이 더 빨라졌다. 짧게는 1년, 길게 봐도 2년이면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시설 운영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했다. 시설 폐쇄는 시간문제에 세금 60억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농촌마을개발사업은 2004년 시작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산물 수입 개방이 이뤄지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심해졌고, 정부는 세금을 투입해 농촌을 1000개 권역별로 묶어 사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권역당 최대 70억원(2013년부터 최대 50억원, 2015년부터는 40억원)을 지원해 2009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입했다.

 

2010년부터 사업은 권역별 창조적마을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포함됐고, 이후 2015년까지 예산 7조8560억원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투입됐다. 이 역시 정부 예산으로 시설을 건립하고 이후 주민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오현석 대표는 정부가 몇 개 마을을 묶어 권역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중앙정부 공무원들도 타 부처와 협력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마을 주민끼리 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면 쉽겠냐"고 반문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상향식 사업이라 일일이 간섭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주민들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둬 상향식 장점을 잘 살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은 예비, 진입, 발전 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예비 단계에서는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이후 사업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출처:세금바로쓰기 납세자운동,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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