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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수 기자]내가본 어슬픈 화재, 애민 소방관들의 노고만 앗아갔다. - 끝없는 불과의 싸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 기사등록 2015-09-06 22:39:27
  • 수정 2017-12-29 23: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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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1시에 발생한 금호 신월리 D산업 목재가공공장 화재는 너무 오래 끌었다. 발생한지 만 하루를 넘긴 30시간 만에야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지역 공장화재로는 최장시간 화재진압이라는 기록이 되고도 남는다.

투입된 인력과 장비도 만만치 않다. 이번 화재에 소방관 135명, 의용소방대원 68, 경찰 7, 일반직 2, 한전 2, 군인3 등 모두 연인원 300여명이 투입됐다. 장비는 지휘차량1, 물탱크차량 7, 펌프 카 5, 화학차량 1, 소방헬기1, 군부대차량 1 등 모두 25대가 화재진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대형화재로 소방대원들의 힘겨움이 녹아있다는 증명서다.

화재에 있어 건초더미나 쓰레기야적장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목재가공공장의 목재더미, 톱밥과 부산물야적더미 등은 더욱 그렇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속으로 화력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뜻이다.

이번 화재 발생초기, 현장 인근에는 민가가 없어 진화가 쉬울 것으로 보였다. 이틀 전에 비가 내려 야적된 목재들이 충분한 습기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같은 맥락이다. 또 발화점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큰 불씨가 보이지 않은데다 연기마저도 농촌 마당의 모깃불처럼 ‘스물스물’ 힘없이 피어올라 금방이라도 진압될 것처럼 화력도 보잘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다. 이번 화재는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목재 부산물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시작됐다. 이 거대한 부산물더미가 무거운 압력을 받고 습기를 더해 장기간 부패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고열이 쌓여 자연 발화한 것으로 소방서는 예상하고 있다. 부산물더미 한 가운데는 이미 거대한 불가마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방관이 발화점을 찾아 더미를 헤집고 화재진압 1시간 30여분이 지나자 불가마의 속살이 드러났다. 화(火)마는 산소를 반겨 불기둥으로 변하고 걷잡을 수 없이 진노했다. 급기야 당국은 경북소방헬기를 동원해 공중 살수를 시작했지만 물은 불을 이기지 못하고 해는 저물었다.

소방헬기는 철수하고 화재진압은 야간으로 이어졌다. 앞서 오후 4시반경 영천소방서는 전 직원 비상소집을 지시했다. 화재와의 장시간 전쟁을 예고했다는 계산이다.

불은 발화한지 11시간이 지난 이날 밤 12시쯤에는 최고조로 화를 내 뿜었다. 수십 미터의 불기둥이 마치 야간조명이라도 되듯 주변을 대낮처럼 밝혔다. 이 시간에는 이재욱 소방서장도 현장에 나와 진두지휘에 나섰다. 수천t의 부산물더미는 높이가 20여m에 달하고, 포크레인 여섯 대가 동원되어 속 불을 헤집었다. 소방대원들은 연신 물을 있는 대로 쏟아 부으면서 밤새 물로 불을 달랠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인간의 근접을 화로써 막고 버티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소방관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전날 낮부터 쏟아 부은 물로 현장 바닥은 검은 부산물과 함께 진흙탕으로 변해있었다. 부산물더미를 수백 번 넘게 오르내리면서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옷은 검은 걸레로 변했다. 기운도 없어 이제 산더미에 걸터앉아서 겨우 소방호스를 붙들고 있었다. 물탱크로 물을 보충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아예 탱크차량 2대는 바로인근 저수지에 고정시키고 발을 담가 버렸다. 호스와 호스 수십 개를 연결해 화재현장에 직결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화재현장에는 엄청난 량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소방관의 이런 수고스러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한다’는 걸 싸한 단어는 집어치우고라도 정작 힘들 때 누가 따뜻한 커피한잔을 건네주었든가, 역시 가재는 게 편이었다. 소방관의 심정은 소방관이 알아서인지 의용소방대는 달랐다.

영천의용소방대와 금호의용소방대 남녀대원들은 현장에 천막을 치고 이들에게 식수와 커피 그리고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런 장시간 불과의 힘겨루기를 하는 경우 소방관들은 분명 지치고 식사까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까닭이다. 이들 두 의용소방대는 이틀 동안 연인원 68명이 현장에 나와 소방관들의 건강을 위한 후방 지원을 자원했다. 이런 까닭으로 김영석 영천시장도 6일 오후 현장에 나와 이들을 격려하고 이 소방서장을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5일 불이나자 권호락 시의회의장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나와 상황을 지켜 보았다. 본 기자보다 무려 30여분 먼저 달려온 것이다. 6일 김 시장은 오전9시30분 3사관학교에서 열리는 민관군축구대회 개막식과 11시30분 시장기볼링대회개막식에 참관하고 곧바로 이곳 현장을 뒤늦게 방문했다.

김 시장의 이 같은 방문은 불이난 후 만 24시간 만이다. 그외 다른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방문이 과연 소방관들에게 위로가 될지 본 기자는 의문이 앞선다. 물론 기자들의 방문조차도 이들 소방관들에게는 걸리적 거린다는 것을 잘 안다. 현장 한번 가보지 않고 전화질로 갑질하는 기자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의용소방대원들 처럼 진정성 담긴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더 .......이번 화재로 다시 한번 소방관들의 수고에 머리숙이다.

이렇게 불과의 사투를 벌인지 28시간, 6일 오후5시가 되어서야 마지막 잔불정리를 할 수 있었다. 불이난지 만 하루가 지나고 4시간이 더 지난 기나긴 시간이었다. 이날 소방관들은 두 번째 해가 서산에 넘어가서야 꿈같은 휴식의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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