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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숨 못 쉬는 영천시 공무원, “승진을 위해서라면 죽은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 기사등록 2015-09-24 15:59:21
  • 수정 2015-09-24 16: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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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1편에 이어 <1편 보기>

[본 글은 이번 호로써 더 이상의 연재는 하지 않습니다. 영천시노조 측과 유족이 더 이상의 언급을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아울러 본 기사는 그동안의 취재를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본 기자 개인의 생각을 피력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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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체육지원부서에서 54일 동안 무슨 일이?

A씨(행정 6급)가 사무관(5급)승진의 희망을 안고 7월1일자로 체육지원부서에 부임한 사실은 진실이다. 그간의 취재 과정에서 인사부서와 고위급 간부들도 대부분 이 같이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부임 54일 만에 승진기회의 자리를 버리고 떠났다. 그가 전보되기 전 고위공직자를 찾아가 “힘들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 곳에나 빨리 보내 달라.”고 알려진 것은 인사와 관련된 겉보기 사유다. 그를 j면으로 보낸 인사부서가 말하는 꽤 시급을 요하는 이유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인사 부서에서는 없는 인사요인을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인사부서는 “정상 절차를 거쳤다. 인사위원회도 개최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위원들이 바빠 서면인사위원회로 대체했다.”는 것이 담당자의 해명이다.

 

인사규정과 인사원칙이 정상적 절차였는지는 또 서면인사를 할 정도로 위원들이 무엇 때문에 바빴는지도 영천시공무원노조가 확인해야 할 몫이 아닌가 싶다. 

 

▲ 심경 변화 언제 있었나?

여기서 또 궁금한 것이 있다. A씨가 J면으로 간 전보 일자가 8월24일(월)이다. 그 이전에 본 기자가 인사 내용을 확인한 시기가 8월21일(금) 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일 이전에 A씨가 고위공직자를 2~3차례 찾아갔고 또 여러 경로를 통해 여타 부서로 옮겨줄 것을 부탁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문서로 오·가는 서면인사위원회 개최기간까지 감안하면 A씨는 최소한 21일로부터 7~10일 이 전에 이미 고위공직자에게 전보의사를 전달했다는 계산이다. 바로 이 시기는 8월6일 전국종별탁구대회가 끝난 직후로 계산된다. 전국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기 이 전이다.

 

이 사실을 기초로 결국 A씨는 7월1일 체육지원부서부임 한 달여 만에 이미 그 부서(승진기회)를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몸도 마음도 불편한 A씨가 이런 심경변화를 일으킨 와중에 가장 큰 업무적 걸림돌이 바로 목전에 놓여있었다.

 

▲ 심경 변화 후 더 힘든 일 있었다.

체육지원부서에서의 A씨의 마지막 업무를 살펴보자. 이미 승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A씨는 8월6일~14일까지 9일간 열리는 영천대마컵 전국유소년축구대회를 남겨두고 있었다. 짐작컨대 이 시기에 A씨에게는 가장 힘든 업무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천시 축구협회는 이 대회에 앞서 준비과정에서 시간에 쫓겼다. 대회에 필요한 수도, 전기, 화장실, 계단, 운동장바닥정리, 주차 공간 확보, 텐트준비, 경기장 라인설치, 대회시나리오 등 한마디로 앞뒤 분간을 못 가릴 정도로 혼잡한 상태였다. 6일에는 개막식을 치르기로 했다가 취소하고 7일 개막만찬 식으로 급선회하는 등 우왕좌왕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협회는 개막 만찬장으로 모 예식장을 예약했다가 하루 전에 취소하여 위약금까지 물어주는 사태를 빚었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뿐이 아니다. 대회 수일 전에 완공한 계단이 부실공사로 인해 대회 하루 전날 다시 전면 재시공했는가 하면 주차장 확보도 개막일인 6일이 되어서야 정리가 이루어졌다. 급하게 설치하느라 화장실도 용량이 맞지 않아 1일사용에도 넘쳐나 대회운영진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심지어 대회주차장(단포다리 아래)에는 대형화물차량이 상시 불법주차를 해두고 있었던 터라 대회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기도 했다. 이 주차장 은 협회가 대회 10여일 전부터 차량 조치를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루어져 오다가 최고위 간부의 지시에 의해 대회개막일인 6일 아침에야 처리되기도 했다. 일반 공무원이 십 수 일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최고위 간부는 단 몇 시간 만에 해결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유소년대회는 시작부터 A씨에게는 벅찬 대회로 기록을 남겼다. A씨에게는 이런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A씨가 자신이 원했던 부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 인사도 유소년 축구대회도 아니다. 다만 떠나기로 마음먹은 A씨에게는 마지막 업무인 유소년대회가 힘들고 부담이 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다.

거기다가 A씨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분주한 가운데 6일부터 전국 축구팀들이 속속 영천으로 입성하고 7일부터는 예선경기가 속개되면서 부터다.

 

김 시장은 5일부터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우고 담당부서장과 실무책임자는 7일 본 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6일 독도로 향했다. 전국대회를 유치해 두고 영천시는 힘겨워하는 A씨와 여직원 1명만 남겨둔 것이다. A씨 홀로 속 앓이가 시작된 싯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 언론에서 “영천시가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회유치만 해놓고 정작 주인은 없었다.”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또 “공무원들의 협조도 부족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본지와 ‘0’신문 그리고 ‘S’신문 등도 가세했다.

 

당시 독도에는 6일부터 광복70주년 독도수호전국태권도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이 대회는 경북태권도협회 주관으로 앞서 7월24일 영천에서 예선대회를 갖고 결선은 8월6일 독도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대회다.

 

이로 인하여 대회가 끝나고 해당 부서장과 2개사의 지역 언론기자 및 축구협회가 갈등을 빚었다. 대회가 끝나는 14일에는 본지와 부서장 간에 “기사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며 충돌이 일었고 17일에는 K기자역시 부서장과 기사내용을 두고 삐걱 그렸다.

 

그리고 약 7일 뒤 부서장은 축구협회장과도 ‘S’신문의 기사내용을 두고 역시 해명을 해야 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부서장은 3번씩이나 기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다. 과연 A씨가 이 신문기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이 점에서 본 기자는 다시 한 번 고인에게 깊이 머리 숙인다. 본 기자의 지적 역시 A씨에게는 상당한 압박이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해당 부서장과 실무자는 “독도수호태권도대회는 영천에서 예선대회를 거쳤고 또 전국 방송을 타는 중요한 대회로 영천을 알리는 역할도 포함되어 꼭 참석해야하는 필연성을 역설했으며 6일 독도에 가기 직전 오전 7시~8시경 대회장을 살펴본 후 독도로 떠났다”고 해명했다.

 

▲ 공무원의 복지부동_나의일 아니야!

영천시 전체 공무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번 축구대회를 효과적으로 치르기 위해 해당 부서는 특별한 기안을 했다. 처음 치르는 전국축구대회를 위해 각 부서별로 담당을 정하여 대회참가 클럽을 부서별로 일일이 방문하여 영천을 알리고 홍보도 하면서 지역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려 보겠다는 기안이다.

 

이 문서에는 김영석 영천시장도 7월31일 싸인을 마쳤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몇 부서는 대회첫날 잠깐 얼굴도장만 찍고는 대회가 끝 날 때 까지 자신들이 맡은 클럽이 예선에서 탈락해 귀향 했는지 조차 몰랐다.

 

또 다른 부서는 더 어처구니없다. “우리는 다음 수요일쯤(대회6일째) 한번 방문할 계획이다.”고 말하고 “대회기간 안에 한번 방문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마지못해 윗선에서 방문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한번만 방문하면 된다는 논리다. 나의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의 극치를 보인 1차원적인 복지부동의 표준 자세였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 까지가 체육지원부서 A씨의 마지막 업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나고 보니 A씨가 말한 아무 곳이나가 바로 J면 이었다. 마지막 업무인 유소년대회가 A씨에게는 부담아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유소년대회 그 이전에 이미 A씨의 심경변화가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A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A씨 자신이 챙겨야할 몫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수많은 물음표를 남길 수밖에 없는 사항이 된 것이다.

 

해당 부서장은 “먼저 우리도 안타깝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잘 화합하고 업무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었다. 또 그렇게 힘든 줄 정말 몰랐다. 함께 운동(테니스)도 하는 20년 지기 사이인데 전보 문제만 해도 사실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부서장에게 애로사항을 한번쯤은 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재차 표현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모두 A씨의 죽음은 “그가 몸이 나약한 가운데 우울증이 원인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구두에 의한 증언일 뿐 객관적인 사전 우울증 근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다만 본 기자가 파악한 A씨의 정신과 진단서는 그가 J면으로 발령 난 다음날인 25일의 기록이 유일한 객관적 증거로 파악 됐다.

 


{끝맺음}

▲ 약1년에 1명꼴 시공무원 자살_이유 있나?_경직된 승진 줄서기, 힘들 때 부빌 언덕 없다.


많은 시민들은 영천시청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너무 경직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힘들어 할 때나 어려움이 닥쳐도 부빌 언덕조차 없다는 하소연도 많다.

 

물론 인사 부서장은 “개인의 상담과 인사 의견을 마음껏,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으며 현재 활발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본 기자는 믿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A씨의 죽음이 시청의 공직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본 기자는 그의 죽음이 승진과 인사 그리고 업무스트레스 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A씨의 죽음으로 영천시의 인사시스템과 경직된 근무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인사부서의 자료에 따르면 김 시장 부임 후 모두 6명의 시청공무원이 사고사가 아닌 자살로 판명되어 충격적이다. 평균 약1년에 1명꼴로 시청 공무원이 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 “오너의 성향과 승진을 위한 줄서기 때문에 유독 영천시 공무원의 자살이 많다.”는 일각의 등식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우연의 일치일까? 9월 들어 안전행정부는 전국에서 4개 시·군을 선정해 안전지수를 측정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거기에는 영천시도 포함되어 있다. 이 안전지수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자살지수를 낮추는 컨설팅이다.

 

이번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오너는 영천시 공직사회 업무시스템과 제도를 다시 한 번 살펴주길 기대해 본다. 형식적이 아닌 자율적 창의성과 유연성으로 눈치 보지 않는 부드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 (3)김시장 집권 후 모두 6명의 직원이 자살
평균 약 1년에 1명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 (4)쉼터 없는 일터--어려움·고충 따라도 하소연 할 곳 없어.
공무원 노조 어디서 뭐하나?


▲ (5)알고도 모른척하는 영천시 공직사회
“승진을 위해서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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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으로 기사가 늦은 점 사과드립니다. 상기 (3)(4)(5) 연재는 유족 측의 의사를 존중해 여기서 끝맺습니다. 모든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재를 하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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