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기 기자]
도서관에 던져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주어진 암호만 가지고 팀원을 찾아야 한다. 방심은 금물. 가만히 접선해 메시지를 던져보지만 우리 편은 아니다. 또 다른 조직원을 만나 암호를 풀어보지만 역시 아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도서관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같은 가족이 팀원이 됐으면’하는 바람이지만 역시나 사랑했던 내 딸은 다른 팀원으로 소속돼 치열한 수 싸움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역시 정글이라는 것을 곧 깨닭게 될 시간이 멀지 않을텐데...
영천시립도서관이 지난 18일 오후 7시부터 19일 0시까지 마련한 ‘도서관에서 하룻밤’의 첫 장면이다. 시립도서관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주는 장소가 아니라 뜻깊은 추억을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책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도서관을 즐거운 놀이터로 제공한 행사에는 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가 참여했다. 13개팀 16명의 학부모들은 시간에 맞춰 도서관에 도착해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암호를 풀이하고 무작위로 한팀을 이루고 주어진 미션수행에 나섰다.
첫 만남이 다소 어색했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니 학생이나 학부모의 눈빛은 긴장감과 미션수행에 대한 의지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게임마다 협동이 미션수행에 가장 중요한 것이어서 팀원들의 눈빛, 입술, 몸동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기자가 먼저 찾은 곳은 ‘몸으로 말해요’ 코너. 30여가지 책 제목을 2분 동안 외우고 몸으로 책제목을 설명해 맞추면 점수를 획득하는 코너에서는 조금 전 한 팀을 이룬 것을 잊은 채 재미있는 몸개그를 하면서 미션을 수행했다.
어린이도서관서 펼쳐진 ‘미션 임파서블’ 코너는 책꽃이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 퍼즐을 맞춰 오늘의 책을 완성하는 게임. 이 게임이 진행된 곳은 몸이 닿으면 실격이 되는 레이저 광선처럼 설치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바닥을 기거나 몸을 구푸려 책꽂이 힌트를 찾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 개의 힌트를 찾고 퍼즐을 맞출 때 마다 팀원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대박 웃음을 터뜨렸다.
정은주(46) 학부모는 “시립도서관에 마련한 행사에 참석해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고 도서관을 많이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도서관을 많이 찾겠다고 약속했다.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모든 팀원들이 또박또박 바로 말하면 통과하는 ‘말놀이 탐험대’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단어가 던져졌지만 몇 번의 실수 끝에 미션을 완수하기도 했다.
게임당 10분이 주어지지만 일찍 미션을 수행한 팀에게는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투호놀이’ ‘비석치기’ ‘공기놀이’를 제공해 소소한 즐거움도 제공했다. 게임 후 참가자들은 올해 자신의 다이어리를 만들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등 인문학의 도시로 가는 기초를 쌓아갔다.
인재양성과는 “매년 행사 때 마다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해 신나게 뛰어놀고 즐겁게 도서관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몸은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도서관이 다양하고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실시한 ‘도서관에서 하룻밤’ 이벤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을 재미있고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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