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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헬기 사격 있었을까?▶全 전 대통령, "이거 왜 이래?"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 전면부인
  • 기사등록 2019-03-12 1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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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법정 선 88세 전두환, 檢주장 '死者명예훼손 혐의' 부인...과연 '헬기 사격'은 있었나?


全, 회고록서 광주사태 헬기사격 증언한 조비오에 "거짓말쟁이" 표현해 기소
검찰, 광주사태 당시 '헬기사격 있었다' 주장...사자명예훼손 명시한만큼 입증해야
全 측, 출석 전 "거짓말쟁이란 말이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입장 내기도
고의성 항목도 핵심 쟁점...해당 문제 역시 '헬기사격 여부'와 연관돼
황성욱 "범죄지, 피고인 주소도 아닌 光州서 재판하는 것, 기소 공정성 문제"
국내 언론들, 全 폄하식 보도...우파 인사들은 '인민재판' '마녀사냥' 비판 이어


▲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5.18 광주사태와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1일 광주(光州) 법정에 섰다. 이날 오후 2시 30분경부터 시작된 재판은 1시간 46분 만에 종료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8시 32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승용차를 이용해 오후 12시 30분경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 도착했다.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행했다. 전 전 대통령이 집을 나서기 전, 자유연대와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 우파 단체 회원 50여명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 가면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은 12시 34분경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한 기자가 그의 앞에 마이크를 대고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 질문하자, 전 전 대통령은 “이거 왜 이래”라 말한 뒤 법정에 들어갔다. 출석 전, 광주지방법원 주변에는 약 50여명의 광주시민들이 ‘참회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라‘ ‘전두환은 5.18 영령 앞에 사죄하라‘는 피켓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전 전 대통령이 나타나자 구호를 외쳤다. 법원 바로 뒤의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도 창문에 몸을 기댄 채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검찰 “광주사태 당시 헬기사격 有”...全, 회고록서 ‘헬기사격 없었다’며 조비오에 ‘거짓말쟁이’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데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조 신부에 대해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 표현했다.


▲ (표 = 김종형 기자)


전 전 대통령이 받는 ‘사자명예훼손죄’는 유포 내용이 허위사실인 경우에만 성립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죄는 사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308조에 규정된 사자명예훼손죄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모욕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 측이 받는 혐의 중 핵심은 ‘헬기 사격이 사실인가’다. 검찰은 앞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로 기술된 회고록 내용을 검증하려고 했다. 검찰 측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의 자료를 제시했다. 광주사태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고, 이를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전 전 대통령은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다.


▲ 1980년 5.18 광주사태 당시 무장한 광주 시민군과 시민들의 모습.


지난해 5월 기소 당시,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회고록 내용이 허위이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특조위는 5·18 당시 광주 시민에게 헬기 실탄사격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광주사태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지난 7일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재판의 본론에 관심가져 주셨으면 한다. 조비오 신부님이 헬기사격을 봤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했고 '사탄'이라는 표현은 피터슨 목사에게 한 것”이라며 “거짓말쟁이란 말이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고의성 인정할까...일각선 ‘광주서 재판은 부당’ 의견 나오기도


고의성 항목도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측이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단정적으로 기술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적었다. 헬기 사격 관련 진술 부분을 문제삼은 만큼, 검찰은 광주사태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외에도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적시된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도 성립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출판·배포가 금지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미 초판 내용이 공개된만큼 공연성은 인정될 것이라고 본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장동혁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당초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 재판 공정성 우려 등을 이유로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법정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30일 요청을 기각하면서 “광주지법에서의 재판이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워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이후 광주지법 재판부는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자진출석하면서 ‘억지로 끌려가느니 내 발로 가겠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이 전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만큼, 광주지법은 법원 주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재판은 공개됐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참관 인원을 제한하고 입석을 허용하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져 같은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고소당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지난해 8월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점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황성욱 변호사는 “‘백년전쟁’의 경우 비난 목적이 뚜렷해 두 사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백년전쟁’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헬기 사격’과 관련해, 전 전 대통령에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잘못을 묻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서 재판은 범죄지와 피고인 주소에서 이뤄지는데, 피고인(전 전 대통령) 주소는 다 알려져있고, 책을 처음 출간한 게 광주도 아니다. 검찰의 기소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언론들, 全 폄하식 보도...우파 인사들은 '인민재판' '마녀사냥' 비판 이어


국내 언론들은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호인력 도움 없이도 스스로 걸어서 재판장에 갔다‘ 등으로 보도하며, 앞서 전 전 대통령이 건강 상 이유로 재판을 미룬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 피고인 진술거부권 고지과정에서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하고, 변호인 진술이 장시간 이어지자 눈을 감고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몇몇 좌파 성향 언론들은 전 전 대통령이 법원을 나서는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전하며 “끝내 사과는 없었다“ 따위로 보도하기도 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펜앤드마이크 영상칼럼에서 “전 전 대통령을 광주로 불러 재판을 한다는 것은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라며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내란 및 반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했는데, 광주사태 헬기사격과 관련해 명에훼손을 했다며 또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은 큰 의미에서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육사 총구국 동지회도 이날 ‘전두환 대통령 관련 인민재판을 중지하라’는 성명을 내고 “광주지방법원은 전두환 대통령 회고록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고, 이제는 명예훼손 판결을 하겠다고 90이 된 노인네를 굳이 광주로 불러들여서 구인 재판을 하려고 한다”며 “법이라는 무기로 자연인 전두환을 회고록 판매 중지로 겁박했고, 이제는 명예훼손죄로 창피를 주려고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거운 인권 유린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주 법원은 법의 잣대와 양심과 상식이 있는 명판결로 빛고을 광주의 양심과 명예를 회복시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본 기사는 펜앤드마이크의 허락을 얻어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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