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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합장 제도, 이대론 안된다"◀강병찬 기자
  • 기사등록 2019-03-14 15: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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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찬 기자


[기자수첩]

3월13일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과열·혼탁 끝에 각종 불법과·탈법으로 종결되면서 '조합장 선거와 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말이 시민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 영천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지난달 22일 A농협의 현직 조합장이 재출마를 염두에 두고 조합장실에서 50만원의 금품을 돌리다 적발됐다. 선관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K씨는 출마를 포기해 모면하려 했지만 결국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B농협에서도 선거와 관련없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리고발로 현직 조합장이 조합장 사퇴와 출마포기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또 C농협에서는 이 모 후보(전직 시의회 부의장)가 금품살포 의혹을 남겼다. 이 모씨는 결국 투표일 일주일을 남겨두고 후보직을 전격사퇴해 소문만 무성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선거 하루전인 지난 12일에는 같은 A농협에서 또 여성 모 후보가 금품을 돌리다 적발돼 영천시 전체를 온통 들쑤셔 놓았다. 해당 후보는 앞서 금품관련 출마를 포기한 A조합 조합장을 대신해 출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충격은 더욱 컷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합원들은 이튿날 투표장에 나오면서 뿌리 깊은 부정선거에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같은 사정에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불법행위와 함께 조합장의 특권과 결부된 만성적폐를 뿌리 째 뽑아내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있다.


조합장을 둘러싼 돈선거와 적폐는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짐작이 된다. 영천지역에서 완주한 25명의 후보들 중 시의원 출신이 4명이나 되는데 그 중 한명은 시의장까지 지냈다. 후보 자격이 돼서 출마했다지만,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시의원 경력을 내세워 단위농협의 조합장 자리를 넘본다는 게 사리에 맞지 않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이들이 입으로는 시민과 조합원들에 대한 봉사를 말하면서도 결국 돈과 특혜를 쫓아간 것 아니냐는 평이다.

현재 시도의원들의 연봉이 4천만원 내외인데 반해 일개 조합장들은 1억원을 훌쩍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시도의원들은 겸직금지, 윤리준수 등 각종 제한규정의 적용은 물론 연봉 인상 때 정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조합장의 경우 무리를 해서라도 선출만 된다면, 이사와 감사를 회유해 임직원 연봉을 최대한 올리고, 불요불급한 공유자산까지 팔아서 각종 성과급으로 나눠가지는 등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가능해진다.


인근 지역 모 농협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각종 기타 경비라는 항목을 만들어 금액의 50%를 임직원에게 지급하고, 토지보상금, 송전탑보상금, 농협창고 이전보상금 등의 돈을 농협 발전에 사용하지 않고 임직원 특별상여금으로 전용, '돈잔치'를 벌인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돈과 결부된 특혜와 특권을 조합장과 주요 이사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집행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일반 조합원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해 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는'5당3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50만원씩 뿌리면 붙고, 30만원이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 중에는 금품을 받았으나 즉시 증거를 확보하고 선관위에 신고해 유권자 정신을 살린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돈선거로 인한 폐단의 결과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고, 부정선거가 판을 치는 이상 유능한 젊은 일꾼들이 더 이상 설자리가 없게 된다'고 뜻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는 물의를 일으킨 후 출마포기로 무마를 시도한 사안, 선거 막판의 금품 살포, 선거 후 교묘하게 이어지는 금품수수 등에 대해서 추호도 흐트러짐 없이 엄벌해야 한다.


부정선거와 이어지는 조합장들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단위 농협 자체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관련 법률을 개정해 '준명예직화'해야 한다. 1~5천명의 대표인 조합장들이 5천~5만명의 대표인 시도의원의 처우 수준을 넘을 수 없고,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공공조합 관련법에 의거해 조합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돼야 사회 상규에 맞다는 이치다.


일부 몰지각한 조합장들이 선거 전후를 막론하고 온갖 전횡을 일삼아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농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기 전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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