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찬 기자]
“잠이 쉬 오지 않는 밤에는 주워온 나무를 주물러 솟대도 만들고 학도 다듬었지요. 새벽에 눈 떠서는 화분 속에서 풀이 죽어 있는 야생화에게 물을 주고 바람을 쏘였습니다. 그럭저럭 귀향 생활도 7년째가 됩니다.”
화남면 복지회관에서 목공예와 야생화 분재 전시회를 12일까지 열고 있는 정태화(64) 화남면 삼창2리 이장의 일상이다. 정 이장은 화남면 출신으로 지곡초, 산동중·고를 나왔고, 대구서 대학을 마치고 부산에서 32년간 농협에서 근무했다.
정 이장은 2012년 농협에서 퇴임하자마자 공무원 퇴임을 앞둔 부인의 손을 이끌고 고향으로 향했다. 그는 산자락에 조그마한 포도밭을 일구며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년여 전 고향 선배로부터 이장직도 물려받았다. 틈틈이 영천집사랑봉사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도시에 살 때 그는 야생화 분재를 죽 해왔다. 그런데 귀향 후에는 목공예 취미를 붙였다. 어릴 때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 와서도 그 재주를 살릴 수 있다는 게 크나 큰 행복이다. 주변에서 말라빠진 나무를 주어 와 자르고 다듬고 윤을 내다보면, 어느새 멋진 작품들이 완성된다.
이날 전시회에서 땀 흘려 만든 조그마하고 예쁜 솟대로부터 성경구절이나 독립선언문 같은 글귀들이 양각된 목판들이 소담스럽게 전시장을 채웠다.
“아직 취미 수준입니다. 평소 다듬은 것들을 이웃과 함께 즐기려고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장직도 이제 3년차로 신출내기입니다”
나이를 잊은 듯 하얀 이를 드러내 환하게 웃으며 소감을 말하는 정태화 이장에게서 ‘자연이 좋고 이웃이 좋은 영천. 소질을 계발하고 노후가 행복한 영천’을 소개하고 자랑하는 무언의 웅변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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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ctoday.net/news/view.php?idx=4815영천신문 편집국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