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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농민수당'조례안 두고 지역 민주당과 한국당 대결 안돼 - 수당지급 신설 조례안 반드시 '사회적 합의' 거쳐야
  • 기사등록 2019-08-28 19: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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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농민수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연 60만원이 내관내 1년 이상 실제 거주, 실제 경작 또는 사육농업인에게 월 5만원의 금원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수당이다. 영천시의회 김병하 운영위원장 외 5명의 의원들이 29일 제 201회 임시회에 '영천시 농업보전 등을 위한 농민수당 지원조례안'을 의원입법으로 전격 발의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市는 농민수당 조례안이 발의된 만큼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민수당 도입이 전국적 추세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요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즉 농민들 사이에서도 수당 지원조례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말을 잘 뜯어보면 '사회적 합의'만 된다는 전재로 영천시로서는 크게 반대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로나 市에서 입버릇처럼 말해 온 '예산'에 구애받는다는 내용도 없고, '사회적 합의' 부분도 구체성이나 심각성이 담겨 있지는 않다.


지난 6월 10일 관내 농민들로 구성된 '영천시 농민수당 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이성덕)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거론된 예상 재원(예산)이 60억원 정도였다. 이번 조례안에서 김병하 의원이 추계한 예산은 98억7,000만원이다. 큰 금액의 재원마련이 쉽지 않는 대목이다.


조례안의 시의회 통과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수당지급 조례안 발의 동의자는 애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3명과 무소속 3명으로 예상됐다. 이는 중앙 정치권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복지포퓰리즘’ 공방을 이어간데 따른 추측이다. 그런데 동의자가 다름 아닌 한국당 소속 3명과 민주당 소속 3명의 의원이다. 오히려 무소속은 동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분석해 보면, 민주당은 애초 6월10일 토론회 때부터 수당 지급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한국당 쪽에서 농민들을 의식해서 마지못해 이를 받아 안으면서 '여야합의'로 농민수당 조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힘겨운 의지를 보였다. 그래도 추진위 입장에서 보면, 법안 발의된 것이 우선 다행스럽다.


설명회 때 한국당에서는 서정구 의원만 산업건설위원장으로 참석했고, 나머지 한국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아무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추진위 이영수 집행위원장이 "농민수당을 반대하는 선출직들에 대해 주민소환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참 가당치않은 협박이다. 대한민국에 자신들의 주장을 입법화하지 않는다고 주민소환을 입에 올리는 자체가 후진적 발상이다.


최기문 시장은 지역 농민 250여명이 모인 그 자리에 물론 참석했는데, 일체 가타부타 의견 없이 축사를 했다. 찜찜하고 신중한 모션이다. 그러나 농민단체 주최의 토론회가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됐고, 시장이 내빈으로 참석해 축사를 한 것 자체가 묵시적인 지지의사로 읽힐 수 있다. 반대하고 싶은데 마지못해 토론회에 참석만 한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처럼 지역 여·야가 공동 추진하고, 영천시도 극구 반대하지 않고 있는 이 조례안의 통과는 겉보기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겉으로는 제법 긍정적 신호로 보여지면서 정말 문제가 없고, 좋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가 않다. 본지는 6월10일 토론회 때도 '반대 토론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반쪽 토론회'로 지적한 바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상당수 시민들은 ▲농민들은 지금도 적지 않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고 ▲영세 상공인들과의 수당 지급에다른 형평성 문제 ▲총선 등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 내외 재정자립도가 매우 취약한 영천시가 매년 100억 원대의 재원마련(예산)을 현금성 복지수당(지역사랑상품권)으로 특정 부류에게 지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모 네티즌은 "주부수당도 주고, 워킹맘 수당도 주고, 돌싱들도 주고, 부부들도 주고, 다 줘라 공평하게 ... 퍼주다가 나라 망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베네수엘라. 그리스 전조를 똑같이 밟아가네요. 국민들도 이제 수당 이라는 악마의 맛을 봤기에 더 많은 수당을 요구할거에요. 나라가 망하든 말든, 어차피 못 받으면 자기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은 더욱 심화될듯하고..."라고 썼다.


이 제도는 재야 전국단위 농민단체에서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이 지난 6월에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전남, 전북, 충북 등 道단위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여주가 입법예고를 했다. 이를 보면 여당인 민주당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는 전라도 지역 등에서 이 제도의 도입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퍼주기 예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해진다. 그럼에도 '농민수당을 주는데 찬성이냐 반대냐'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물었을 때 한국당 소속도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 고민이다. 수당 지급의 현실성과 합리성 또는 피료성이 있느냐가 아니라 모두 표를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런 식의 제도는 도입에도 신중해야하고, 특히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많아 선거철에 대두되는 선심성 공약은 선거관련 법률로 원천 봉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차피 걸림돌은 또 있다. 예산으로 주는 모든 '수당' 신설의 경우 '사회보장기본법(수당관련 조항)'에서는 농민수당조례가 만들어 지더라도 반드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29일 열리는 영천시의회는 조례안이 상정된 만큼 심의를 하되, 조례안 의결을 보류하는 게 옳다. 영천시와 시의회는 내년 선거 이후에 실질적인 주민 대토론회를 개최해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재원마련의 합리성이 보장되는 선에서 조례제정을 실천한다면, 농민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영천사랑상품권으로 지역 영세상에게 도움을 준다는 이 제도를 반대할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최기문 시장과 시의원들은 일부 단체가 단결력이 좋고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적지 않은 예산을 함부로 집행해서는 안된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엄중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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