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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잘리고·몸통 쪼갰고·살점 찢어진 오리장림(五里長林), 복원 서둘러야 - 오백년 풍상 세월에 초라해진 천연기념물 제404호 오리장림
  • 기사등록 2019-08-28 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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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장림 갉아 먹어 온 영천에 국가는 '천연기념물 제404호' 지정 왜 허락했을까?

[강병찬 기자]
이름에서 나타난대로는 장장 2km라는 '오리장림(五里長林)'은 눈대중으로 살펴서 길게봐도 3~4백m에 불과하다. 전국에 몇 안되는 산림류 천연기념물(제404호)이라기에 무척 초라해 보인다.


그런데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 가는 길에 펼쳐진 오리장림에 들어서면,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갑자스런 시원함이 몸 속으로 파고든다.



숲의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숲 속에는 어른 두명이 같이 껴안아야 될 만큼 굵은 둥치의 거목도 여럿 서 있다.


오리장림의 거목은 하늘을 가린 줄기와 잎사귀 말고도 그 나무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가 신비로운 바람으로 바뀌어 탐방객을 휘감는다.



비틀어져버린 오리장림이 이 정도라면, 원형 그대로의 오리장림은 어땠을까. 살기 어렵다고 오리장림을 갉아 먹어 온 영천에게 국가는 1999년 4월 6일 '천연기념물 제404호' 지정을 왜 허락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화북면소재지 자천리 초입, 자천중 옆에서 아직도 그 땅에 뿌리를 박고 고된 몸체를 지탱하고 있는 거목 아래로 가보면 된다.



오리장림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로부터 태평양전쟁과 6·25전쟁 때도 언제나 영천사람들의 그늘이 됐다.
현대에 들어 태풍 사라가 허리를 잘랐고, 국도 35호선이 몸통을 쪼갰고, 농경지 개발이 살점을 찢었다.


그런데도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남아 있는 오리장림은 여전히 넉넉한 품으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휴식을 준다.


이것이 영천시가 오리장림을 완벽하고 조속하게 복원해야하는 주된 이유다.


◇제방·풍치, 마을 지켜온 수호림


이 숲은 예부터 오리장림이라고 불리어 왔는데 근래에 와서는 자천숲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숲이 오리장림의 끝이었던 오동까지 미치지못하고 자천리 일원에만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리장림이란 말은 옛날 도로가 나기 이전에 자천리 일대 좌우 오리(2km)에 걸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국도가 개설되면서 숲이 좌우로 갈렸고, 그 후 학교 설립, 도로 확장, 사라호 태풍 등으로 많은 부분이 유실돼 지금은 자천 마을앞 군락지 등 몇 곳에서만 옛 향취를 더듬어 볼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


오리장림은 제방보호와 마을의 풍치 및 수호기능을 하고 있다. 숲이 형성된지 500여년전부터 이 곳 주민들은 마을 수호를 위해 매년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제사를 올렸다. 봄에 잎이 무성하면 그 해에는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다. 이 숲에는 10여종이 넘는 나무들이 분재박물관을 연상시키듯 온갖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여름에는 자천 마을 앞을 흐르는 고현천의 바람과 하늘을 가리는 오리장림의 그늘이 자연 대로의 시원함을 빚어낸다. 차량 통행이 뜸한 국도를 따라 오리장림을 찾아가는 호젓함은 일품이다.


◇12종 282본, 500년 풍상 이겨내



숲을 이루는 수종은 12종 282본으로 낙엽활엽수는 은행나무 1본, 왕버들 37본, 굴참나무 87본, 시무나무 9본, 느티나무 25본, 팽나무 26본, 풍게나무 18본, 회화나무 26본, 말채나무 2본 등 9종 231본이다.
상록침엽수는 소나무 27본, 곰솔 5본, 개잎갈나무 19본 등 3종 51본이다. 수령은 20~350년으로 추정되고 수고 6~24m, 수관폭 8~28m로 노거목들이 많다.


문화재 지정면적은 69,647㎡이다. 영천시는 천년기념물 지정 이전인 1982년 영천시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최근 영천시는 오리장림과 연접한 자천중학교(폐교) 부지에 녹색체험터와 더불어 신개념의 영천시여행자센터를 조성하기 위한 예산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태다.


이 시설물들을 기반으로 이제는 오리장림의 완전 복원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는 분석이다.


◇영천시 10년 전에 복원계획 세워



영천시 문화재 부서는 2010년 '영천 자천리 오리장림 복원·정비계획'을 세웠다. 그 목적은 숲의 보호를 위해 보존계획을 세우고, 그 가운데 탐방객과 주민들의 정서함양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역사·문화·휴식 공간의 조성이다.


市는 ▲숲의 원형보존과 향상을 위해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기존의 주변경관 및 전체 공간구조와 조화를 이루며 ▲숲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후세에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은 2011년을 기준연도로 해 5년간 단기 목표를, 10년 이상 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또 나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방안들도 수록해 누가 언제 보더라도 이 계획에만 충실하다면, 어렵지 않게 오리장림의 복원·정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계획 가운데에는 오리장림을 관통하는 국도35호선의 우회·직선화 계획도 들어있다. 이 구간 외에는 모두 직선화된 우회도로가 완성돼 있다. 국도 35호선은 오리장림을 관통하면서 길이 활처럼 휘어 있고, 수목에 시야가 가려 '죽음을 부르는 도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따라서 오리장림 복원의 최대 걸림돌인 국도35호선 이전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으로 영천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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