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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志秀의 쓴소리] "실패한 정책을 폐지하는 것도 업적이다"
  • 기사등록 2019-10-10 19: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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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발행인 장지수기자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4자성어가 있다. 중국의 황하(黃河)가 항상 흐려서 맑을 때가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오랜 고착화된 마인드(얄팍한 꼼수)로 무엇인가 가시적으로 보여주기를 원하지만 결코 이뤄지기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영천시의 '억지 치적 홍보'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최근 영천시가 홍보에 너무 목말라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에 쫒기는 지 알 수 없지만, 영천시 스스로 언론에 제공해 신문에 기사화(특집)된 내용까지 다시 끄집어 내 이례적인 예산으로 액자까지 만들었다. 그것도 지역 여론주도층들이 주로 많이 드나드는 대회의실 통로에 세워둔 것을 보면 누구의 지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안쓰럽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춥고 배고픈 실적(치적) 때문에 꺼리만 생기면 온갖 홍보 아이디어를 짜 내는 모습이 못내 씁쓸하다.


일부 정치인들도 공무원들이 땀 흘려 얻어낸 성과까지 자신들이 한 것처럼 자랑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히 지자체 장이 억지 홍보에 목을 메는 모습은 차마 눈물겹다. 치적 빼앗기 홍보가 선출직일 경우 공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하소연조차 할 곳도 없어 울화가 치밀지만 숨죽인다.


밥을 먹기 위해서 반찬은 필수다. 자신의 홍보를 위해서는 업적이 반찬이 된다. 실패한 업적은 밥상 밑으로 구겨 넣고, 슬쩍 남의 반찬에 수저만 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빈약한 치적 환경으로 영천지역에는 국비와 관련한 상당수 사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최기문 시장 취임 후 1년반이 지났지만 하이패스와 광역교통무료환승, 산부인과병원 조성을 제외하면 별다른 대형 사업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산부인과병원의 경우 기공식까지 우여곡절을 겪은데다 기공식 이후 2개월여가 지나도록 아직 착공조차 하지못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까지 겹친다.


지난 7월에는 경마공원 원안조성을 두고도 국회의원과 시장이 한때 서로 앞 다퉈 자신들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시민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경마공원은 어차피 1단계 사업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고, 2단계 사업까지는 영천시의 희망사항일 뿐 레저세 감면과 지방세 해결 없이는 사실상 원안조성(1,2단계 동시)은 힘든다.


영천시가 지난 3월 퓨전 등 7개 먹거리로 7개 업체를 선정해 지역 경제 및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 놓은 별빛야시장도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이 재래시장 활성화는 설정부터가 잘못됐다. 시장 상인들의 영업이 끝나고 문을 닫은 후 시장 거리에 야시장을 열어 사실상 시장 활성화와는 무관하다. 또 소방법과 영업허가 및 위생문제도 대두되기는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특정업체를 세금으로 밀어준다는 그 자체가 일반 상가와도 형평성이 맞지 않으며, 더군다나 야시장 영업을 위해 강제로 공무원을 동원해 퇴근 후 의무적으로 음식을 사먹으라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우월적 직위를 이용한 갑질에 해당된다.


결국 이들 7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지난 8월경 떠났다. 연말까지 지속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책임추궁도 하지 못한 채 해당 부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다. 그들이 왜? 무엇 때문에 떠났는지 알고도 남지않는가!  이런데도 야시장에 영천시는 지난 9월들어 또 다시 공무원 강제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돼 실패한 정책을 인정하지 못하고 억지로 지속하려 한다는 지적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온다. "자율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차원이지만 퇴근 후 특정 부서들을 일일이 날짜까지 지정해 참여(음식구매)확인 인정 근거를 첨부하도록 해 강제화한다"며 "공무원이 봉이냐"는 불만이 크다.


이처럼 실패한 정책이나 잘못에 대한 인정하는 모습도 치적이 될 수 있다. 긍정과 부정의 정의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길 원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고 잘한 것을 칭찬하는 것은 지극한 긍정이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오히려 잘못한 것을 잘한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든가. 각박한 세상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귀하기 때문에 이런 자아반성은 희소성이 크다. 언론에 난 기사까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쓸데 없이 억지 치적을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릴게 아니라 오히려 실패한 정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도 아름다운 치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기문 시장의 경우 최근 시정 운영에 있어 갈수록 시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높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리부터 다음 지방선거를 대비해 부부가 함께 여기저기 아주 작은 모임까지 싹쓸이 인사를 다니는 것이 일각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선의 허니문 기간이 끝난지 오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직 선거 기간인 줄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비난을 본지는 듣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본지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 들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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