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설] ‘학연·지연·혈연’ 배격하고 ‘인연’ 소중함 깨달아야
  • 기사등록 2019-10-18 20:17:30
기사수정



영천 같은 중소도시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연고주의’와 ‘정치지향’이다. 행사장에서 영천의 선출직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돈에 팔촌까지 거론하거나 온갖 상황을 가상으로까지 설정해가며 연고를 강조한다.


연고라면 대개 ‘학연·지연·혈연’을 꼽을 수 있다.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면 중고등학교 동문보다 더 가까우니 자신을 믿어주고 표를 달라는 논리다. 하지만 ‘학연’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나 신뢰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초등학교 동문이라면 출신지 또한 읍면동 지역으로 가까워진다. ‘지연’이 강조되는 것이다. 같은 지역 출신이니 고향부터 챙기는 자신을 밀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른 지역은 홀대하거나 희생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그래도 넓지 않은 국가에서 살면서 자신의 입신영달을 펴기 위해서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동서지역주의의 연장선인 만큼 범죄 수준으로 배격돼야 할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혈연’의 병폐는 더욱 고질적이다. 가족인 경우에는 ‘운명적 정서적 공동체’로서 치외법권적 요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확대돼 ‘가족끼리 왜 이래’가 ‘동족끼리 왜이래’식으로 번져가다가는 그 폐해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영천시의 경우는 그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지난번 선거에서 아무개 성씨 예비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그 반발 심리로 특정 후보를 밀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풍문으로 일파만파 번지기도 했다.


혈연은 ‘이념’도 넘어서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를 좌파세력으로 비난하다가도 멀지 않은 촌수의 후보가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입장이 180도 바뀌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당을 지지하면서도 자기 혈족을 누르고 타 성씨가 후보가 되면, 원색적인 발설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가에도 적폐가 있고, 공직사회에도 적폐가 있다지만, 시민사회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는 적폐도 있다. 바로 ‘학연·지연·혈연’을 모토로 하는 연고주의의 폐단이다.


비평가들은 이 같은 세 가지 연고주의를 탈피할 수 있는 소재로 차원이 다른 연고주의를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인연’이다. 학교가 다르고, 출신지가 다르고, 성씨가 달라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회는 매우 밝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오늘도 행사장이나 사람들이 모인 곳마다 찾아다니며 얼굴알리기에 분주한 예비 공직후보자들은 이 점을 깊이 염두에 둬야 한다. 영천시도 정책을 펼 때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가 지역 개발 정책이나 크고 작은 사업을 시행할 때 입지와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나쁜 연고주의를 고려하면 그 사업은 크게 왜곡되고 만다. 이제까지 영천시는 이러한 연고주의 때문에 빚어진 병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향후 영천시는 ‘과연 미래지향적 인연을 맺을 만한 곳인가’ 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업의 입지와 사업자 선정에서 오류는 거의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공정이고 혁신이다.


참여정부의 경찰청장을 지낸 최기문 시장 체제 2년차인 올해는 영천시가 청렴도 부문에서 크게 향상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0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yctoday.net/news/view.php?idx=559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회원로그인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영천시, 2024년 1분기 지역발전 유공자에 대한 표창 수여
  •  기사 이미지 청도읍성 예술제, 관람객 구름 인파 대 성황...미스터트롯2-박지현 가수 공연
  •  기사 이미지 경북 동부청사 환동해지역본부, 지역사회와 민·관 상생 협력 추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