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다자녀지원조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기사등록 2019-12-05 19:16:18
기사수정



[강병찬 기자]
영천시의 제1 정책과제인 ‘인구증가’가 시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영천시는 인구증가와 직결된 출산 지원을 위한 보편적인 양육과 학습 지원책으로 ‘영천시 다자녀 가정 학습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하 ‘다자녀지원조례’)을 제정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상정된 다자녀지원조례에 대해 보류와 부결을 거듭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는 서글픈 소식이다.


다자녀지원조례는 영천에서 태어난 둘째아부터 초중학생 30~50만원, 고교생 50~100만원, 대학생(만 29세까지) 100~200만원을 매년 학자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업 관련 교재비도 학기당 2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는 수혜대상 학생을 5,000명으로 추산, 예산은 매년 3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조례안의 특징은 기준에만 들면 누구나 지원을 받게 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점,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본질적 의무로 꼽을 수 있다. 내용이 이렇다 보니 시의회가 깜짝 놀랐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원들은 이 조례안이 상정되자 지난 6월 보류 결정을 내렸다. 시의회 상임위가 안건에 대한 ‘보류’를 결정하면, 그 안건이 무한정 상임위에 계류돼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그렇다고 상임위가 그 안건을 평소에 조사·분석을 하거나 때맞춰 정식 안건에 올려 재심의를 진행하는 예는 드물다.


상임위는 지난 10월 이 안건을 재심의했으나 이번에는 부결시켰다. 의원들은 재정부담이 크고,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며, 타 시군보다 앞질러 시행하는데 따른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내년 초에 (정비하고 보강해) 재상정을 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시그널은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영천 거주 다자녀 학습지원은 올해를 넘겨 그만큼 늦어지고 말았다.


시의원들이 매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안건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선도적 정책실현 등의 개념이 담긴 조례안이 생소한 나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무작정 미룰 일이 아니다.


영천시는 현재 ‘인구증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구증가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출산 증대가 가장 바람직하고, 출산 증대는 무엇보다도 자녀 양육과 교육여건에 달려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 막대한 양육지원책을 써서 출산율 제고에 성공한 데서 이미 입증돼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현재 출산율은 0.98명으로 과거 선진국의 저출산 추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저출산 기조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결국 국민들이 정신적 혼동을 끝내고 미래지향적 철학을 다시 정립해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지자체)가 할 일은 안이하고 소극적인 대처보다는 강력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펼쳐 ‘터닝포인트’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영향을 끼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정책이고, 혁신이다.


또한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올해 ‘골든타임 사수’라는 시대적 과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나 지역의 지도자들이 안이하고 무감각한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었던 바람에 우리 사회는 매우 큰 홍역을 치렀다. 출산 증대를 위한 다자녀지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차일피일 지원이 늦어지게 되면, 터닝포인트를 잡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그만큼 어려워질 뿐이다.


소요 예산도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총예산 1조원을 쓰는 영천시가 다자녀 학습지원을 위해 30억원을 쓰는 것은 다른 사업비에 비해 많지가 않다. 예산을 쪼그려 트리다 보면 실효적인 지원은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조례안에 이미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반영돼 있다. ▲첫째아에 대한 지원 없음 ▲금액이 연간 30만원(초중등)에 그침 ▲유치원생에 대한 지원 없음 등이다.


영천시도 보편적인 지원정책을 펴면서 실제 양육과 학습에 도움을 받아야 할 모든 대상을 예산문제로 인해 범위를 축소해서는 정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천시의회는 아무리 바쁜 연말연시라고 하더라도 영천에서 공부하는 다자녀 가구의 학습을 지원하는 조례만큼은 올해 내에 심의를 완료하기를 촉구한다.

0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yctoday.net/news/view.php?idx=592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회원로그인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영천시, 2024년 1분기 지역발전 유공자에 대한 표창 수여
  •  기사 이미지 청도읍성 예술제, 관람객 구름 인파 대 성황...미스터트롯2-박지현 가수 공연
  •  기사 이미지 경북 동부청사 환동해지역본부, 지역사회와 민·관 상생 협력 추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