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1월1일 후손 이임괄(영천시)씨가 소장중인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년~1733년)선생의 초상화를 찍은 사진

[강병찬 기자]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년~1733년) 선생의 초상화(사진)가 영천시민의 품으로 되돌아 왔다. 가로 14.3cm, 세로 22.3cm로 종이 위에 옅은 채색으로 300여년 전에 그려진 이형상 초상화는 병와 선생이 노년에 영천에서 집필에 증진할 때 직접 그린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다.

보물 제652호(10종 15책) 이형상수고본(李衡祥手稿本)을 보관·관리 중인 이임괄씨에 따르면, “이형상초상화가 후손 중 큰댁에서 보관돼오다가 지난 연말 다른 보물들과 함께 있도록 영천으로 가져왔다”면서 새해 1일 정오께에 "다른 보물들이 보관 중인 병와유고 유고각에 모셨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제주시가 보물 제652호 중 하나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를 문화재청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을 신청한 가운데, 보물급으로 평가받는 이형상초상화가 영천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는 병와 선생에 대한 재조명과 더불어 영천에 남아있는 보물 제652호 나머지 서적류는 물론 국가 지정을 받지 않은 보물급의 서적류, 그림류, 병와금, 인장류, 목판류, 병장기류, 장신구류 등 상당한 유물들에 대한 재평가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준다.

이형상은 효령대군(孝寧大君)의 10대손이다. 1677년(숙종3) 사마시에 합격한 뒤, 28세 때인 1680년(숙종6) 별시 문과에 급제해 이듬해 승문원 부정자로 벼슬길에 들어섰다. 그 후 80 평생 가운데 관직은 12년(내직 4년, 외직 8년)이다. 경주부윤과 제주목사 등을 지냈으며, 대부분의 생애를 경상북도 영천시 호연정(浩然亭)에서 학문과 후학 양성에 정진했다. 선생이 별세한 뒤 1796년(정조 20)에 청백리에 선정됐다.

▲ 경자년 새해 1일 호연정(浩然亭)에서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년~1733년) 선생의 초상화를 직접 보여주고있는 이임괄씨(소장자)

탐라순력도와 관련해 이형상은 1702년(숙종 28) 3월, 그의 나이 50세 때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했다. 1703년(숙종29) 6월 유배인(천주교도)들을 두둔했다는 탄핵을 받았고, 1년 3개월 만에 파직됐다. 그사이 그는 탐라순력도를 제작한 것 외에도 제주의 전통풍속을 개혁해 문명화(유교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석전제(釋奠祭)를 행하는 제주목 · 대정현 · 정의현의 성묘(聖廟)를 수습해 제복 및 제기를 개조했고, 학덕이 높은 선비를 선발하고 훈장으로 정해 학문을 닦게 했다. 관행으로 실시하던 풍우뇌우단제(風雲雷雨壇制)를 미신행위로 보고 폐지시켰고, 신당(神堂) 129개를 불태워 음사(淫祠)를 단속했고, 두 사찰도 불태웠다.

특히 일부다처 금지 및 동성동본 간의 혼인과 근친 간의 혼인을 엄격히 금지시켰고, 제주 해녀들이 나체로 잠수 작업하는 것을 금지해 해녀복을 하사했고, 여름에 남녀가 어울려 샘물에서 함께 목욕하는 일을 풍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로 금지했다.

이형상은 성리학은 물론 역학 · 천문 · 지리 · 역사 · 예악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긴 실학자로도 평가된다. 저서로는 『병와문집(甁窩文集)』 · 『둔서록(遯筮錄)』 · 『강도지(江都誌)』 · 『예학편고(禮學便考)』 · 『악학편고(樂學便考)』 등 60여 종 2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이 중 제주 관련 저술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 『남환박물(南宦博物)』 · 『탐라장계(耽羅狀啓)』 · 『탐라록(耽羅錄)』 등이 있다. 제주시는 탐라순력도만 확보한 관계로 근래에도 영천을 찾아오는 등 나머지 관련 서적들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