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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년~1733년)선생 재조명을 위한 제언
  • 기사등록 2020-01-16 20: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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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강병찬 편집국장


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으면서 영천에 서광(曙光)이 비치고 있다. 정초에 조선 후기 영천이 낳은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년~1733년) 선생의 초상화가 영천으로 왔다. 게다가 선생이 남긴 대표적인 문화재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호 중)를 제주시가 국보 승격을 신청하면서 지난 연말 관련 이미지 전체를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나 이용하도록 개방을 했다.

 
병와 선생이 직접 그린 자화상으로 알려진 초상화가 영천시민의 품에 되돌아왔고, 국보급의 탐라순력도가 전 국민의 품에 안기게 된 만큼 더 큰 경사가 없다. 자고로 인간은 사유(思惟)하는 존재(存在)이니만큼 ‘나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행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와 선생의 파란만장한 삶은 영천의 위인 중의 한 분으로서만이 아니다. 그는 유구한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조선 후기 실학을 정립하고 △청백리를 실천했으며 △민초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인권운동가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발휘한 국가적 위인 중의 한 분으로 재조명되기에 충분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병와 이형상 선생을 조선 후기에 살다 간 전주이씨(全州李氏) 유자(儒者·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라고만 정의할 수 없다. 병와 선생은 지역과 성씨를 초월, 이제 국가적 스승이며, 국민적 선조로서 자리매김 돼야 한다.


병와 선생은 효령대군(孝寧大君)의 10대손이다. 1677년(숙종3) 사마시에 합격한 뒤, 28세 때인 1680년(숙종6) 별시 문과에 급제해 이듬해 승문원 부정자로 벼슬길에 들어섰다. 경주부윤과 제주목사 등을 지냈으며, 은퇴 후 대부분의 생애를 경상북도 영천시 호연정(浩然亭)에서 학문과 후학 양성에 정진했다. 선생이 별세한 뒤 1796년(정조 20)에 청백리에 선정됐다.


병와 선생은 1702년(숙종 28) 3월, 50세 때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했다가 이듬해인 1703년(숙종29) 6월 유배인(천주교도)들을 두둔했다는 탄핵을 받아 1년 3개월 만에 파직됐다. 그사이 그는 탐라순력도를 제작한 것 외에도 제주의 전통풍속을 개혁해 문명화(유교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확인되고 있다. 그의 이러한 투철한 정신세계와 적극적인 활동이 근대의 계몽 운동과 현대적 인권 의식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병와 선생은 또 성리학은 물론 역학 · 천문 · 지리 · 역사 · 예악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긴 실학자로도 평가된다. 저서로 『병와문집(甁窩文集)』 · 『둔서록(遯筮錄)』 · 『강도지(江都誌)』 · 『예학편고(禮學便考)』 · 『악학편고(樂學便考)』 등 60여 종 2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그중 중요한 10종 15책만을 묶어 보물 제652호로 지정됐는데, 그 수량부터가 국가 지정 단일 보물로서는 최다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 탐라순력도에 대한 국보 승격이 신청되면서, 나머지 서적류의 재평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희소성과 내용면에 있어서 서적류는 미술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도 병와 선생이 남긴 국가 지정을 받지 않은 보물급의 서적류, 그림류, 병와금, 인장류, 목판류, 병장기류, 장신구류 등 상당한 유물들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히 실시돼야 한다. 더욱이 200여권에 달하는 이형상수고본(李衡祥手稿本·손으로 직접 써서 엮은 책)의 상당량이 성균관대학교에 소장된 만큼 그 책들을 현대글로 번역하고, 그 내용들을 세밀하게 연구해 국가적인 정신문화유산으로 삼아야 될 과제가 후학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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