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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천문화의 주체성 찾기, 면면히 흘러온 영천시민의 문화적 본능 - 내가 아니면 재 뿌려? 너 아닌 내가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문화다?
  • 기사등록 2020-02-03 20: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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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찬 편집국장


지난 연말 문화특화도시 보조사업자 선정 공모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한 번 선정된 보조사업자가 사업을 반납한 끝에 치러진 3차 공모라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이왕 보조사업자가 선정된 이상 이제는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잠잠하지만은 않다.


선정된 그룹 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내부갈등 소식과 탈락한 그룹 중에서 정보공개를 신청, 여전히 선정과정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법적 다툼도 제기할 태세다.


종합해보면 같은 지역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개념 정의와 ‘문화특화도시 사업’을 보는 시각도 판이하다. 결론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문화이며, 문화특화도시 사업과 일치한다는 주장뿐인것으로 비친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서로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가운데 문화적 운명공동체를 형성이필수다. 종교가 다르고,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남녀, 빈부가 달라도 한 지역에 살면서 어울려 문화를 향유해야한다. 이질감이 동질성을 압도하고, 주관이 객관을 억누르고, 설득보다 억지가 횡행한다면, 그 공동체는 불완전하며 매우 불행한 사회가 된다.


대개 국민이 덜 똑똑해서 후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되레 서로서로 너무 똑똑한 나머지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잇속만 챙기며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사회가 후진성을 좀체 벗지 못한다. 나라에 자원들이 넘쳐나도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을 살려 생산을 극대화하면서도 사회 전체에 그 실과를 고루 나누는 곳이 선진 사회다. 반면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제로섬게임을 펼치는 곳, 내가 아니라면 재를 뿌려버리는 곳은 일방이 대다수를 석권하는 결과가 있을 수는 있어도 결코 그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전쟁에서 각종 전투는 승승장구했는데, 종국적으로 전쟁에서 패하게 되는 원리와 같다.


문화특화사업의 목표는 시민이 문화의 주인공이 되는 문화도시 건설이다. 특화된 문화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문화의 향유를 통해 건전하고 전문적인 문화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문화는 특성상 점수로 매겨질 수 없고, 주관적인 평가에서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수가 인정하고 박수칠 만한 공연이나 전시회에서는 자신도 함께 칠 줄 알아야 한다. 또 자신이 생소한 분야의 문화적 성과물이 발표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며 경청하는 자세가 매우 필요한 게 문화다.


애초부터 이 사업은 중세와 근대로부터 이어 오는 영천문학을 중심에 두고자 했으니, 명분상이라도 그것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했다. 특히 대여섯 번의 시민토론회에서 꾸준히 참석해 온 참가자들이 역사분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부분이 깡그리 무시된 것은 큰 오류이다. 

 
영천시가 이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구상하고, 조직을 구성하고, 심사를 펼쳤다면, 오늘의 이 사단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시민들은 이 같은 시행의 착오에도 불구하고 결코 낙심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면면이 흘러 쌓여온 영천시민의 문화적 본능이 이런 일로 말미암아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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