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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섭 칼럼]전 포은초 교장▶고향말씨(4) "할매요, 은해사 거조암 전설 쫌 갈체 주이소"
  • 기사등록 2020-04-03 11:29:33
  • 수정 2020-04-07 10: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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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섭 전 포은초 교장


내용 요약 : 영천시 청통면 소재 거조암 영산전에 얽힌 전설을 1970년대에 할머니와 손녀간 대화를 통하여 소개하며, 문화재 애호정신을 일깨운 이야기.


●주희 : 할매요, 학교 다녀왔니더!
▷할매 : 오-야, 우리 주희 핵교 댕겨오니라고 고생했제. 배 안고푸나? 그래 올은 핵교에서 머 배웠노?
●주희 : 우리 영천의 문화재에 대해 배웠니더. 우리 영천에 있는 국보로는요 국보 제 14호인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이 청통면에 있고요, 그라고 보물은 금호읍에 있는 보물 제 465호인 신월동삼층석탑 하고 15가지가 있니더.
▷할매 : 와따, 우리 강생이 똑똑하데이. 누굴 달마 이래 총기가 있노? 아매도 니는 느거 아부지 달ㅤㅁㅏㅆ는 갑다. 니 아부지도 니만 했을 때 디기 똑똑했는기라.
●주희 : 그런데 할매요, 내일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전설에 대해 숙제해 가야 하는데 우짜머 좋은기요?
▷할매 : 난 또 무신 소리라꼬? 주희야, 이 할매가 은해사 거조암에 다닌지 50년이 넘었다 아이가. 우리 강생이, 그런 걱정은 딱 뿌떠러매뿌라. 이 할매가 다 갈채주꾸마.
●주희 : 할매요, 그라믄예, 거조암 영산전에 대한 전설 퍼뜩 이야기 해 주이소.


▷할매 : 아이고, 주희야, 너무 깝치지나라. 느거 할매 숨 너머 가겠데이. 쪼매마 참아래이 생각을 해보고 이바구 해주꾸마.
그라이끼네, 옛날옛적에 이 암자에는 도가 틴 늙은 중 한 사람이 살았는기라. 이 늙은 중은 산골짜에서 혼자 살다보이 너무 심심해서 어느날 마실로 한 분 내려 가볼라ㅤ켔는기라. 그 때가 들에 곡식이 누러이 익어가는 가실이었는데, 마실 내려가던 늙은 중이 마음을 달래볼라꼬, 조밭에 안자가 부지러이 염불을 했는기라. 염불을 끝내고 일나보이, 안즌 자리에 조 이삭 세 개가 뿌라져있는기라. 이것을 본 늙은 중은 농부가 땀흘 리가 가까논 조 이삭을 보고, 너무 미안해가 조밭 주인 농부자테 우째야 되는지 꿍꿍거리다가 구신이 나자빠질 생각이 퍼뜩 떠올랐는기라. (이때 밭일 나간 주희 아버지가 들어온다)


아부지 : 주희야, 니 할매하고 머하고 있노? 밭에 일하고 왔디이 모기 디기 마르대이, 얼릉 찬물 한 사바리 떠 온나.
●주희 : 알았니더. 물 떠 오끼요.(하며 사라진다)
▷할매 : 애비야, 지금 주희는 나캉 내리 핵교에 가주고 갈 숙제하고 있다 아이가. 주희, 너무 머라카지마래이.
아부지 : 어무이, 지가 잘 모랐니더. 지는 바로 과수원에 나가 볼라니더. 쫌 있다가 놉해놨는 사람들이 온다캐가예.
▷할매 : 응 그래라.
아부지 : 우리 주희 재빠르게도 갔다왔네.
●주희 : 아부지, 물이 뜨시 하니더. 처이처이 마시이소.(하며 물사발을 아버지께 쏙 내민다)
아부지 : 야가 와이카노. 물사바리 널쭈겠데이. 주희야, 공부도 중하지마는 건강도 중한기라. 그라이끼네 우리 나라에서 지일마씻는 영천 포도 쫌 무가미서 쉬엄쉬엄 공부하거래이. 그라고, 할매자테 단디 배우거래이. 아부지는 과수원에 갔다오끼.


주희 : 야, 잘 알겠니더. 아부지, 잘 댕겨 오시이소, 할매요! 거조암 전설 다음 이야기 퍼뜩 해 주이소.
▷할매 : 주희야, 할미가 어디까지 이바구했더라?
●주희 : 그 늙은 중이 퍼뜩 떠오린 생각 이야기할 차례니더.
할매 : 그라이끼네 그 늙은 중이 주문을 중얼중얼 외워가꼬, 커다란 황소가 된기라. 소가 된 늙은 중은 조 이삭 3개 대신에 삼년간 일을 해 주기로 작정을 하고 그 농부집에 찾아갔는기라. 그 농부는 맴이 착해가꼬 바로 그 소를 부리지 않고, 그 소의 주인을 찾아 줄라캤는데 도대체 주인이 나서지 않는기라. 그래서 그 농부는 그 소로 농사를 지었는데, 그 소는 희한하게도 지가 일을 알아서 다하는기라. 그 소문이 멀리까지 퍼지이끼네, 많은 사람들이 그 농부자테 찾아와가 그 소가 지끼라고 시우는기라. 그 사람 수가 오백명도 넘었는데, 사람들이 그 소를 아무리 때리고 달래고케도 절대로 안따라가고 그 농부집에서 죽도록 일만 했다아이가. 삼년이 다 끝나가는 날 그 소가 농부에게 사람의 말로 그간의 자초지종을 다 말해주었는기라. 사정을 알게 된 농부는 소가된 시님께 사과를 하고, 머 도와줄 끼이 없냐고 물었거든.


●주희 : 할매, 그 다음 이야기는 우째 되었는기요?
▷할매 : 소가 된 늙은 중이 농부자테 자기를 위해가꼬 삼년째 되는 날 큰 잔치를 해 달라 켔다 아이가. 잔칫날 많은 사람들이 모있을 때, 소가 주문을 외어가 다시 중이 되가꼬 사람들에게 자기가 조이삭 3개를 뿌란 것 때문에 소가 되어 겪은 일을 말해주었데이. 그라고, 그 늙은 중이 소로 있을 때, 그 소를 지끼라꼬 씨운 사람들 자테 다 나오라카이 오백명도 넘게 나왔다아이가. 늙은 중이 그 사람들한테 나무 소를지 소라고 속인 그 죄값을 머로 치루겠냐고 막 머라 카이끼네. 그 오백명 사람들이 머리를 깎고 늙은 중한테 도를 배워가꼬 거조암 영산전의 오백나한이 됐다는 이바구다. 주희야, 재미있었나?


●주희 : 와, 우리 할매 이야기 기차게 잘하시네. 할매 덕택에 숙제를 잘해가꼬 억수로 기분이 좋니더. 지도 이제부터는 남한테 거짓말 하지 않는 착한 주희가 되께예.
●주희, 할매 : 우리 영천에는 이처럼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는 천지배까리인기라예. 하지만도 우리 문화를 우리가 안지키면 누가 지켜 주겠는교? 우리 꺼는 우리가 지킵시데이! 끝까지 들어주어서 고맙습니더. 지들은 그만 물러 갈라니더. 잘이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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