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집행기관 견제와 예·결산을 감독하는 지방재정 통제기관이자 자치법을 제정하는 입법이 주된 기능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기능을 오로지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절까지 해가며 오직 시민만을 섬기겠다며 표를 얻어간 시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시의회는 그 약속을 벌써 까마득하게 잊은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야 더 옳다.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 있어 보여준 영천시 의원들의 구태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의 개인적 욕심을 위해 시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다.
지난 7월4일 영천시의회 제175차 임시회의가 있었다. 후반기 첫 임시회로 새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보름 가까이 의정활동은 마비됐다. 전반기 권호락 의장이 후반기 의장에 다시 오른 것에 불만을 품고 4명의 의원들이 합심해 본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이 단초가 되고 있다. 명분은 “회의진행 방법과 절차도 모르는 의원이 무슨 의장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회 파행의 실상은 따로 있다. 권 의장이 후반기에 의장으로 선출된 것이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여기에는 모석종 후반기부의장도 포함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때문에 이들 4명의 의원들은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이 그 직을 내려놓을 때 까지 계속 보이콧할 모양이다.
전반기 의장은 후반기 의장에 출마하지 않는 관행을 먼저 깬 것은 권 의장이다. 과거 해오던 회의의 관행을 오늘부터 바로 잡겠다는 것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각 상임위 의장까지 초선 의원들이 나선 것도 이들 4명 의원들의 심사를 뒤튼 것 이다. 때문에 지난 18일 의회 간담회도 무의로 끝났다. 최근에는 2명의 의원까지 가세해 4명 쪽에 합류한데다 연이어 소집된 20일간담회 마저도 불발됐다. 이 상태라면 본회의마저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파행으로 치달을 판이다.
이런 파행으로 집행부 공무원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헛걸음만 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의원들의 개인감정에 애민 공무원들만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시민들과 의회 존재이유를 까마득하게 잊었다는 것이다.
의장의 자리가 무엇인가? 의정활동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다. 회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의원들도 쓸모가 없지만 할 일없는 의회를 만들어 대책 없이 시간 때우기만 하고 있는 의장도 분명 문제가 없어보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타올을 던지든지 아니면 반발하는 의원들을 설득 하든지는 이제 의장과 부의장의 선택에 달렸다.
의회 한 가운데 시민이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의회가 할 일이 없다면 12명의 의원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의 의정활동 파행은 이제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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