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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盧溪) 박인로(朴仁老)④ 40대 무관이 느끼는 충정과 효심 - 붉은 감홍시를 보며 부모를 그리워하고 전선(戰船) 위에서 평화를 꿈꾼다.
  • 기사등록 2021-11-15 2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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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김효정 기자]

▲ 김효정 기자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盧溪) 박인로(朴仁老)④ 40대 무관이 느끼는 충정과 효심
붉은 감홍시를 보며 부모를 그리워하고 전선(戰船) 위에서 평화를 꿈꾼다.  


노계선생의 개인사를 두고 대체로 두단계 무인(武人), 유인(儒人)으로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눌수 있다. 반면 세단계로 구분한다면 그의 생애 태어나서 성장하고 수학하던 초반기, 무인으로 활약했던 중반기, 은퇴 후 선비로서 살았던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


39세 무관에 오르면서 40대에 문학의 기질을 뿜었다. 전쟁 중에 그의 충정과 효심을 엿보려면 조홍시가(早紅柹歌) 「선상탄」을 떠올릴 수 있다. 


먼저 41세에 지은 시조 조홍시가(早紅柹歌)다. 중국 삼국시대 오군인으로 6세난 육적(陸績)이 스승인 원술(袁術)을 찾았을 때 대접받은 귤 몇알을 선생이 없을 틈에 어머님을 봉양하고픈 생각이 나서 품게 되었다는 고사에서처럼 노계선생도 한음 이덕형이 대접하려 내놓은 붉은 홍시를 보자 어버지에 이미 돌아가고 안 계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다하지 못한 효성이 불현 듯 생각나서 쓴 작품이다.


「조홍시가(早紅柹歌)」


소반의 일찍 익은 홍시가 곱게도 보인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사람 없으니 그것으로 설워 하나이다.

중략.....

수만 근 쇠를 늘려내어 길게 길게 노끈을 꼬아

구만리 먼 하늘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북당의 머리 하얀 양친 더디 늙게 하리다.


다음은 수능에도 출제되는 선생의 작품 「선상탄」이 있다. 선생이 45세 되던 해에 지어진 「선상탄」은 통주사로 부산에 바다를 방비하러 나갔을 때, 전문 67수 144구로 지어진 가사이다. 선생은 명령을 받고 진동영으로 갔을 때 병을 앓고 있었던 당시를 기록하며 배의 유래로 배를 만든 훤원씨를 원망하는 내용, 해적을 낳게 한 진시황의 원망과 배로 인해 흥취와 풍류가 있을 뿐인데 선생이 탄 배는 대검장창(大劍長槍)뿐인 판옥선임을 표현하며 바람을 쐬고 달을 읊어도 전혀 흥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국충정과 더불어 왜구의 항복을 재촉하며 평화를 되찾아 태평시절이 오면 전선을 어선으로 바꾸어 풍월을 노래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 노계문학관 전경


「선상탄(船上歎)」


늙고 병든 몸을 수군(水軍)으로 보내시므로

을사년 여름에 진동영(鎭東營)에 내려오니

변방의 중요한 요새에서 병 깊다고 앉았으랴

중략.....

(훤원씨는)무슨 일을 하려 배 만들기 시작했고

천만년 세월 동안 무한히 큰 폐가 되도록

넓은 하늘 아래 만백성의 원한을 길렀는가.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중략.....

바다의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을 만들어 두어

원통하고 분한 수치와 모욕이 중국에 까지 다 미쳤나.

죽지 않고 오래 사는 불사약을 얼마나 얻어내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몇 만 년을 살았던고

남처럼 죽어 갔으니 유익한 줄 모르겠구나

중략.....

바람과 달을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러웠지만

오늘날의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뿐이로구나

똑같은 배건마는 온갖 배 다르니

중략.....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바다 도적의 흉악한 꾀에 만고(萬古)의 수치를 안고 있어

그 백분의 일도 못 씻어 버렸거든

이 몸이 못났지만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하와 임금의 길이 달라 못 모시고 늙었는들

나라 걱정의 중성심은 어느 순간인들 잊을런가

중략.....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온전하고

목숨이 이어 있으니

쥐나 개 같은 좀도둑이 조금이라도 두렵겠는가?

비선(飛船)에 달려 들어 선봉을 거꾸러뜨리면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헤치릭.

중략.....

해와 달의 빛이 아침마다 밝게 비치니

전선(戰船)타던 우리 몸도 어선(漁船)에서 노래로 날 저물고

가을 달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성대(聖代)에 파도 없는 바다를 다시 보려 하노라.


선생은 명령을 받고 진동영으로 갔을 때 병을 앓고 있었던 당시를 기록하며 배의 유래로 배를 만든 훤원씨를 원망하는 내용, 해적을 낳게 한 진시황의 원망과 배로 인해 흥취와 풍류가 있을 뿐인데 선생이 탄 배는 대검장창(大劍長槍)뿐인 판옥선임을 표현하며 바람을 쐬고 달을 읊어도 전혀 흥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국충정과 더불어 왜구의 항복을 재촉하며 평화를 되찾아 태평시절이 오면 전선을 어선으로 바꾸어 풍월을 노래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위의 두 작품은 선생이 40대에 쓴 작품이기도 하면서 10월에 적합한 작품이다. 「선상탄」의 경우 긴 내용을 전달 할 수 없지만 개인의 병듦과 아픔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전달된 뜨거운 마음과 「조홍시가」에 나타난 부모에 대한 훈훈함을 느낀다면 싸늘한 10월의 마지막즈음을 가슴 따뜻하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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