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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사문학 대가 노계(盧溪) 박인로(朴仁老)⑤ 입암(立巖)은 노계의 정신적 정체성
  • 기사등록 2021-12-21 12: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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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 노계문학관 노계시비



노계 선생의 정신적 정체성은 언행일치(言行一致)다. 선생의 문집을 통해 선생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단연 선생은 자신이 뱉은 말이 곧 행동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굳은 기상으로 변하지 않는 노계 선생의 정신적 정체성을 선생의 시조집 중 입암이십구곡(立巖二十九曲)에서 찾았다. <김효정 기자>


입암(立巖)은 우뚝 솟아있는 돌, 즉 선 돌을 뜻한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죽장면 냇물 속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를 일컷는다. 선생은 이 우뚝솟은 바위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친구로 삼았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선생이 곧 자연속의 변함없는 꿋꿋한 바위를 자신의 치지로 삼았다. 입암(立巖)은 노계집에 수록된 노계 시조작품 68수중 한 편으로 선생이 69살 때 7년 연상의 여헌 장현광이 입암에 은거 할 때 찾아가서 교유(交遊)하며 입암이십구곡(立巖二十九曲)을 지었다. 


29곡에 입암이라는 한 개의 제목 밑에 10여수의 평시조를 연달아 섰다. 제목을 중심으로 곡을 말한다면 12곡이 되며 첫 곡은 노계선생의 뜻과 심상(心象)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후반부에는 불변한 입암을 친구로 삼아 나이를 초월하여 함께 즐기고 함께 나이들어가는 것을 원했다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입암29곡중 첫 곡의 일부의 내용이다.


입암이십구곡(立巖二十九曲)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는 저 바위가 마치 무슨 뜻이라도 품고 있는 듯 보이는구나.

가장 영특한 우리네 사람들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랫동안 바로 서기는 어렵거늘

만고의 오랜 세월 꼿꼿하게 선 그 모습이 변할 때가 없구나


강가에 우뚝 서 있어 우러러보매 더욱 높구나

바람과 서리에도 불변하니 더욱 굳세도다.

사람도 이 바위 같으면 대장부라 할 것이로다.


꼿꼿이 우뚝 서 있으니 본받을 만하다마는

구름 깊은 골짜기에 서 있으니 아는 사람이 있어 찾아오랴

힘들여 산을 오르다보면 아름다움 경치도 많으니라.


중략


조용히 다시 묻자 너 난 지 몇 천 년인가.

네 나이는 필시 많고 내 나이는 적건마는

이제는 너와 나는 함께 늙자 하노라


우뚝 솟은 입암모습에서 여헌 장현광을 연상하게 한다는 노계문학연구 전문가들의 의견에 노계선생과의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2,3번째 시조는 산과 물을 찾아 마음을 수양하는 선생의 맑은 정신세계와 함께 여헌 장현광과의 만남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존재의 권위와 위용을 높이면서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또한 입암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태도와 모습을 자연의 모습에 빗대어 인성이나 삶의 규범성을 찾아 낸 것으로 보여진다. 입암의 대장부 같은 모습을 노래하며 기상을 넘볼 수 없는 위용을 드러내고 굳은 기상은 외부의 어떠한 시련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이 더욱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곧게 서서 기대지 않고, 시속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 늘 변함이 없는 참다운 태도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구름 깊은 골짜기에 서 있는 것 같고, 힘들어 산에 오르는 것 같은 와중에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시조를 표현하여 흔들림 많은 이 시대, 우리도 삶에서 지켜야 할 가치와 신념을 입암의 자세에서 배울법하다. 그것을 지킬 때 우리에게는 사람도 찾아오게 되고 우리의 가치와 신념으로 더욱 굳세어지고 꼿꼿이 설 수 있는 자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노계문학관 '노계집' 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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