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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철 칼럼] 잊혀져가는 '한글날' 성삼문을 생각한다.
  • 기사등록 2022-10-13 19: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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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종철 박사(본지 객원논설 겸 일요서울 논설주간)


다시 한글 창제 576돌을 맞는다. 1443년 완성되어 1446년 반포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문맹률은 각각 50%, 21%에 이르는데, 우리의 문맹률이 0%에 가까운 것은 한글의 간결함과 과학성 때문이다. 컴퓨터로 메시지를 전하는데 한글은 일본어나 중국어보다 7배나 빠르다.


그러나 한글창제 이후 한글의 고난사(苦難史)는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에 의해 ‘언문(諺文)’이라고 천대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민족 말살을 위해 한글 사용을 금지했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한글학자들을 투옥했다. 미군정 시기에는 영어를 섞어 써야만 지식인으로 대접 받았다.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도 한글 고난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대기자로 넘치고,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매년 30만명에 달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우리말을 홀대하고 있다.


한국통신, 서울지하철, 담배인삼공사 등도 이름을 케이티(KT), 서울메트로, 케이티앤지(KT&G) 따위로 바뀌었다. 정부가 발표하는 질병관련 단어도 외래어 투성이다. 코로나 ‘펜데믹’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위드’ 코로나는 ‘공존’ 코로나처럼 우리말을 쓰면 된다. 구태여 외래어를 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거리의 간판, 아파트 명칭, 골프장 이름에서도 한글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세계화 시대에 한글만을 고집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내 나라말을 사랑해야 한글이 언제가 국제적인 통용어가 되지 않을까.


정부는 ‘국가 정체성’은 말과 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글은 막대한 문화·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준다. 때문에 정부부터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한글의 세계화는 한글 존중에서 시작된다.


1443년(세종 25)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28자를 만들 때, 정인지, 신숙주, 최항, 박팽년, 이개 등과 더불어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성삼문의 본관은 창녕,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1418년 홍성군 외가에서 도총관을 지낸 성승(成勝)과 현감 박참(朴瞻)의 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하늘에서 “낳았느냐?”고 묻는 소리가 세 번 들려와 이름을 ‘삼문(三問)’으로 지었다고 한다.


18살 때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21살 때에 식년문과에 급제한 뒤 집현전 학사로 발탁된 매죽헌. 신숙주와 함께 요동을 13차례나 왕래하면서 명나라 학자 황찬(黃燦)으로부터 음운학을 배웠으며, 서역 문자까지 연구하고 그 성과들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중국에 간 매죽헌은 우연히 ‘이제비(夷齊碑, 백이숙제비)’가 서있는 곳을 지나다 시 한수를 지었다. “수양산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를 한탄하노라/굶어죽을지언정 고사리를 뜯어먹어야 되겠는가/비록 푸성귀라도 그것은 누구의 땅에서 났던고?”


수양대군이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단종을 내쫓고 1455년에 왕위에 오르자, 이듬해 매죽헌은 단종복위(端宗復位)를 기도하다 발각되어 사육신(死六臣)과 함께 39세에 능지처참을 당하고, 멸문(滅門)의 화를 입었다.


처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술 한 잔을 마신 후 지은 ‘절필(絶筆)’이라는 시에 그의 꿋꿋한 기상이 잘 드러나 있다. “일사고지충의재(一死固知忠義在, 한 목숨 바치는데 충의가 있음을 알겠거니) 현릉송백몽의의(顯陵松栢夢依依, 현능(문종)의 송백이 꿈속에 아련하네.”


매죽헌은 숙종 때에 역모 혐의가 풀렸고, 영조 때에 이조판서 관직이 추증되고 ‘충문(忠文)’의 시호를 받았다. 필자는 고려의 정몽주처럼 조선 제일의 충의 절신(節臣), 매죽헌 선생의 의리와 기개를 경모한다. 



본지 객원논설 겸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박사(자하문 연구소장)

현 사)영호남상생발전포럼 이사장, 

전)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총장,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저서 「포용의 리더십」,「신뢰와 원칙」,「삼불망」,「통일대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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