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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소불위(無所不爲)와 부정부패(不正腐敗)의 뒤 안
  • 기사등록 2018-09-12 22:05:18
  • 수정 2018-09-13 16: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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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19일 제17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영천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지난 6월 30일 자신의 임기까지 만 10년 6개월 19일간 3선에 성공해 6월29일 1.000여 공직자들의 배웅으로 ˝깨끗한 시정 잘사는 영천˝이라는 시정구호를 뒤로하고 퇴임 환송을 받고 떠나는 김영석 전 영천시장


[장지수 기자]

무소불위(無所不爲)뒤에는 반드시 부정부패(不正腐敗)가 따른다.


무소불위(無所不爲)란 힘이나 권력 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부정적의미를 담고 있다. 자칫 무한 능력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독재자가 권력을 마구 휘두를 때 쓰는 부정적 단어다. 좌지우지(左之右之)와 궁무소불위(窮無所不爲)와도 맥을 같이하는 표현이다. 窮無所不爲는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다.


不正腐敗아니 불, 바를 정, 썩을 부, 깨뜨릴 패. 바르지 않고 썩을 대로 썩은 모습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문제는 부(). 는 정부(政府)를 나타내는 '()'자 밑에 고기를 의미하는 '()'자가 보태진다. 고기는 매우 비싼 음식이다. 때문에 관료들에게 뇌물을 줄 때 주로 고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대신 고기는 잘 썩는다. 잘 썩는 고기위에 정부()가 얹혀 있으니 관료직으로는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요즘은 누가 뇌물로 고기를 주는가? 돈과 여자를 활용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부()자 밑에 고기 육()자 대신에 '()'자와 '()'자를 붙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


지난 7일 오후 김영석 전 영천시장이 경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김 전 시장은 재임기간 자신의 부하직원으로부터 승진 대가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거기다 경찰은 또 각종 사업으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앞서 김 전 시장의 서울 및 영천 자택과 영천시청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챙겼다.


사상 처음으로 민선 3선임기를 다 채우고 명예롭게 퇴진한 듯 보였지만 2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시민들은 재임시절 위태위태한 그의 모습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입방아다. 경찰소환을 받자마자 일각에서는 그가 영어(令圄)의 몸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언 아닌 예언들도 나온다. 심지어 있을 때(재임시절) 그를 존경한다던 지인들까지 180도 달라졌다.


그가 경찰소환을 받은 후 최근 내가만난 사람들 중 그를 감싸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한 결 같이 모두 그의 뒷통수에 침을 뱉는 형국이다. 있을 때와 떠났을 때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손님이 많지만 정작 정승이 죽고 나면 손님이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8천억원의 예산 집행권과 1천여 공무원 인사권을 거머쥐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권력을 휘두르기는 쉽다. 평소 그의 공무원지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공무원은 오직 승진을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중 가장 많은 승진자리를 만든 사람이다고도 자랑해 왔다. 그리고는 밀어내기 식으로 공무원들을 마구잡이로 승진시켜 내쫒았다. 내쫒은 빈자리에는 여지없이 다음 사람을 승진시켰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서둘러 내쫒은 이유로 빈자리에 승진대상이 없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영천시는 오는 12월 국장(4급 서기관급) 3명이 퇴임해 자리가 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승진할 과장(5급 사무관)이 전무하다. 국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과장 승진 후 최소 4년이 경과해야하는데 자격을 갖춘 대상자가 없는 것이다. “국장진급 후 모두 2년 이내 퇴직해야 한다는 김 전 시장의 마음대로 인사지침 때문이다. 이 지침에 반발한 사무관은 모두 한직으로 내몰렸다. 콩나물시루에서 콩나물을 속아내고 나면 빈 시루만 남은 격이다.


그의 인사 전횡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 듯하다. 인사요인이 없어도 마음대로 전보시켰다. 인사발령 후 6개월 이내 전보를 금지한 인사규정도 무시된 채 3개월 또는 6개월짜리 전보는 다반사였다. 심지어 국장진급 3개월 만에 퇴임한 공직자도 나왔다. 이 모두가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으로 인사권을 휘두른 만행에 속한다.


사업권 지휘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찰소환에 따른 혐의 중 최무선과학관 리모델링사업비가 당초1억원(도비 5, 시비 5)에서 느닷없이 5억원(도비 5, 시비 45)으로 시비를 9배나 늘린 것도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우지좌지 된 것이다. 이같은 내 마음대로 집행에 영천시의회도 한 통속인지 모른다. 8천억원의 예산 편성·집행권을 독재 권력으로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3년 전 한 사무관으로부터 승진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김 전 시장의 이종사촌의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었다. 결국 김 시장 대신 그의 이종사촌이 영어의 몸이 됐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승진을 위해 숨죽이는 1천여 공직자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원하는 자가 있으니 제공하는 사람이 있고 권력 앞에는 서로 윈윈하는 필연적 부패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권력과 부패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존재다.


이같은 권력과 부패는 특정 지자체장에게만 속하는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현 최기문 시장은 예외일 수 있을까?. 돈과 건강은 반드시 있을 때 잘 관리해야 한다. 권력은 칼이다. 휘두르면 누가 다쳐도 다친다. 그 휘두른 칼에 자신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


앞서 전직 영천시장 3명이 줄줄이 영어의 몸이 됐다. 만일 이번 김 전 시장까지 이들의 뒤를 따른다면 그야말로 영천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의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손톱만큼도 욕심이 없다. 영천이 또다시 이같은 오명을 쓰지 않도록 시민 모두가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던 김 전 시장의 당부가 귓전에 맴돈다. 퇴임시까지 김 전 시장의 시정 구호는 『깨끗한 시정 잘사는 영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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